전국에 탄탄한 영업 기반이 있고 온라인에서도 다수 고객을 확보한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토스뱅크와 협업에 나서고 있다. 토스가 확보한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투자 상품을 팔고자 하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금융투자 시장에도 플랫폼의 승자독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2년 토스뱅크는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주요 창구가 됐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채권·발행어음을 판매하는 증권사로 연결해 주는 ‘목돈 굴리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등 8개 증권사는 토스뱅크를 통해 700여개의 투자 상품을 총 12조원어치(2024년 11월 말 기준) 판매했다. 채권이 8조원, 발행어음이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증권사가 토스뱅크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토스가 확보한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 시중 은행 등 다른 영업 창구와 비교하면 토스 수수료는 낮은 수준이다.

토스뱅크 이용자는 목돈 굴리기 서비스를 통해 삼성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삼성증권이 판매하는 채권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토스뱅크 제공

토스뱅크가 증권사에서 받는 것은 광고수수료다. 사용자들이 토스뱅크가 소개한 상품에 투자하려면 해당 증권사에서 계좌를 신설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으로써 토스 역할은 광고라고 본 것이다.

토스뱅크를 통해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토스 플랫폼의 비용은 낮지만 판매 실적은 훨씬 좋다”며 “기존 영업점이 끌어들이지 못하는 젊은 이용자를 유치하는 것도 토스 플랫폼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 역시 증권사와 협업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증권사로부터 광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앱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 토스뱅크는 간단한 송금 서비스 등으로 단기간 많은 고객을 확보했지만, 자체 투자 상품을 출시할 여력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대신 토스는 증권사의 투자 상품을 중계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였다.

문제는 토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증권사가 이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덩치를 키운 플랫폼이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중개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상품을 우선 판매하거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높이는 부작용이 투자시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나 수수료를 올린 배달의민족 사례처럼 규모가 커진 플랫폼은 어느새 협업하던 파트너의 ‘갑’이 돼 버린다.

이미 업계에서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아 성장한 토스가 곧 승자독식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낮은 수수료를 받고 증권사를 연결해 주고 있지만, 지배력이 높아지면 수수료는 결국 올라갈 것”이라며 “증권사가 투자 상품을 판매할 때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다 보면 이 구조가 결국 증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간파한 증권사들은 자체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016360) 등 삼성 금융 계열사는 통합 앱 ‘모니모’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모니모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이다. 키움증권 엄주성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융 플랫폼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만 개별 금융사의 플랫폼 사업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