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 주가지수가 신임 대통령 취임 전후 내림세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조정이 너무 커지면 오히려 정책 수혜주를 매수할 기회라고 14일 조언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달 고점보다 4.2%가량 하락했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 컸다. 그만큼 금리 인하 기대감도 후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래 미국 주가지수는 보통 신임 대통령 취임 전 20일부터 취임 후 한달까지 약세를 보였다. 미국 정책 불확실성 지수도 취임 10일 전 고점을 찍고 취임 후 30일간 하락해 왔다.

조 연구원은 이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단기간 커질 수 있지만, 점차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전후에도 주가지수가 하락한 뒤 반등했다”며 “취임식 전후 공포심리가 과도해지면 미국 주식시장의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금융기관장 교체와 인공지능(AI), 에너지 기업 규제 완화 등을 고려할 때 금융과 테크(기술)업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미국 주가지수가 대통령 취임 후 차츰 안정을 찾아갔던 가장 큰 이유는 새 대통령 취임 후 100일(FHD·First Hundred Days) 동안 언론과 의회가 너그럽게 봐주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는 7월 초까지를 허니문 기간으로 부른다. 이 기간 신임 대통령은 핵심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허니문 기간 빠르게 실행할 핵심 정책으로 남부 국경 강화, 원유 생산 확대, 감세, 관세 인상을 제시했다.

조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오는 3월 15일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 ~ 2025년 9월) 예산안 마감 기한까지 물가 잡기와 내수 경기 부양에 힘을 실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생산 확대로 유가 인하를 유도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축소해 새로운 감세안을 우선시할 것이란 취지다. 물가 상승을 부를 수 있는 과도한 외교정책은 허니문 기간 이후로 미룰 수 있다.

일러스트=챗GPT·달리3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허니문 기간에 더 강력한 관세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국가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긴급경제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발동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IEEP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였던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관세 인상과 차이가 있다. IEEPA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돼야 발동할 수 있지만, 무역확장법은 가능성만 있어도 경제 제재가 가능하다. 또 IEEPA는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2년마다 의회에 보고하고 검토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무역확장법은 이 같은 부담이 없다.

대통령 입장에선 관세를 인상해도 보고 의무가 없고 안보 위협도 증명하기 쉬운 무역확장법이 손쉬운 방법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확장법이 아닌 IEEPA를 꺼내 든 이유를 조 연구원은 “모든 국가, 모든 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이 가능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대법원 판례로 인해 의회에서 이를 되돌리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허니문 기간 IEEPA를 발동하면 보편 관세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할 수 있다고 조 연구원은 전망했다. 과거 IEEPA를 총 54건 발동했는데 이 가운데 29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979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IEEPA를 발동해 미국 대사관 정보원을 인질로 잡은 이란에 경제제재를 단행했는데 지금까지 유효한 것이 대표 사례다.

조 연구원은 “IEEPA 발동으로 무역 전쟁을 촉발하면 세계 경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