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월 7일 17시 2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고객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계좌를 돌려막다가 적발된 증권사 9곳에 대한 징계 수위를 2월 중 확정한다. 금융감독원 원안보다는 징계 수위가 낮아질 전망인데, 교보증권만 유일하게 일부 영업정지 중징계를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증권사보다 불건전 영업 행위의 강도가 세다는 이유에서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20일 안건심사소위원회(안건소위)를 열어 국내 증권사 9곳에 대한 랩·신탁 불건전 운용 관련 징계 수위를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제재 원안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수정안을 점검하는 자리다. 이후 금융위는 내달 정례회의를 열어 안건소위에서 정한 제재를 확정할 방침이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일대일 계약을 통해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여러 고객 자산을 같은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랩·신탁은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에 따라 개별 운용하는 구조다. 만기는 통상 3~6개월로 길지 않다. 법인 고객이 단기자금을 굴릴 때 종종 랩·신탁을 찾는 이유다.
앞서 금감원은 2023년 5월 9개 증권사(교보·미래에셋·유안타·유진투자·하나·한국투자·KB)를 대상으로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에 관한 집중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특정 고객의 수익률을 보장하고자 다른 고객 계좌로 손실을 돌려막거나 회사 고유자금으로 손실 일부를 보전해 준 사실을 발견했다.
금감원은 약 1년의 검사 기간을 거쳐 NH투자증권(005940)과 SK증권(001510)에는 각각 영업정지 1개월과 기관경고 조치, 나머지 7곳에는 3~6개월 영업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기관경고-시정명령-영업정지-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기관주의만 경징계에 해당하고, 기관경고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증선위는 그러나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 회의에서 금감원이 정한 영업정지 징계를 기관경고로 대폭 감경했다. 증선위는 증권사들이 투자자 손실에 대한 배상을 이미 마친 점, 주요 증권사가 채권 영업을 동시다발적으로 멈추면 시장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선위는 또 금감원이 9개 증권사에 부과한 약 350억원의 과태료도 200억원대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증선위는 다른 8개 증권사 징계는 기관경고로 낮추면서도 교보증권(030610)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유지하기로 했다. 영업정지 기간만 1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교보증권은) 랩·신탁 돌려막기에 펀드까지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불건전 영업 행위가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만큼 좀 더 무거운 제재는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물론 20일 안건소위와 내달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치면서 교보증권의 징계 수준도 조정될 여지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에 거쳐 수차례 제재 수위에 관한 논의를 이어왔다”며 “증선위 논의 결과가 (안건소위와 정례회의에서) 확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