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귀속 연말정산 준비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30일 고향사랑기부제 사이트 접속 지연 현상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사이트인 ‘고향사랑e음’은 대기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오는 31일까지 기부를 완료해야만 내년 1월 연말정산에서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접속자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의 40%가 연말에 집중됐다.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회사 동료가 10만원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 받으면서 답례품으로 돼지 목살을 2kg 어치 받았다고 해서 해보려고 한다”면서 “답례품 품목을 보니까 한우뿐만 아니라 쌀, 생선, 김치, 딸기, 장어, 젓갈, 참기름 등 무척 다양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직장인이 주민등록상 주소지 외의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기부금의 30% 상당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10만원 기부를 선택한다. 연말정산 때 전액 돌려받는 액수가 10만원이 최대 금액이기 때문이다. 10만~500만원은 세액공제(16.5% 지방세 포함) 혜택을 받는다.
기부금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자동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별도의 영수증 등록 절차 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은 15년 만에 1조엔 돌파
올해로 시행 2년째를 맞은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이 지방소멸 극복방안의 하나로 시도해 성공한 고향납세제(ふるさと納税)를 본따서 만든 것이다. 개인이 2000엔 이상 원하는 지역에 기부하면 답례품(기부액의 30% 이내)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제도 시행 15년 만인 지난해 고향납세 기부액이 1조엔(약 9조3248억원)을 넘어섰다. 고향납세로 주민세 공제를 받은 사람은 전년 대비 107만명 증가한 1000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작년에 고향사랑기부금으로 651억원을 모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는 작년보다 더 금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0일까지 기부금은 약 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부자에게는 답례품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5년간 유효하다”면서 “기부 시점 이후에도 언제든지 답례품 신청이 가능하므로 대기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연초에 접속하면 빠르게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플랫폼, 이달부터 본격 가동
고향사랑기부제는 이달부터 민간 플랫폼 참여에 본격 시동이 걸리면서 날개를 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고향납세제가 원래는 관(官) 주도였다가 2014년 민간에 개방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면서 “한국 역시 민간 플랫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기부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간 플랫폼으로는 ‘위기브’와 ‘놀고팜’ 등이 있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은행들도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거나 계획 중이다.
그런데 민간 플랫폼을 통해서 납세자가 기부하면 일정 수수료(약 10%)가 일부 플랫폼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에 대해 수수료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는 점을 고려하면 타당하다는 반박도 있다.
실제로 ‘위기브’는 12월 기부자 전원에게 2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고, 추첨을 통해 다이슨청소기 등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페이코 사이트를 통해서 접속해 기부하면 5000원 어치 포인트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민간 플랫폼에 최근 참여한 A지자체 고향기부사랑제 담당자는 “작은 식당이 배달 플랫폼을 통해서 더 많은 손님들을 확보하듯, 지자체 입장에선 수수료가 들더라도 홍보가 더 많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작년보다 기부 참여자 수가 크게 늘어나서 민간 플랫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