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제조기업 이오플로우(294090)가 연속 하한가의 첫날이었던 이달 4일 대표 가족과 일부 임원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오플로우는 미국 의료기기업체 인슐렛과의 소송전 패소 가능성에 4일부터 6일까지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고, 9일에도 28.25% 추락했다. 다시 말해 대표 가족과 임원은 하한가에 잠기기 직전, 아직 거래가 가능할 때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홈페이지 캡처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의 아내 김 안젤라 신(KIM ANGELA SHIN)씨는 지난 4일 보유주식 14만1900주를 1주당 8010원에 장내 매도했다. 총 11억3662만원 규모다.

김 대표의 동생인 안 재희 김(AHN JAHEE KIM)씨도 같은 날 7만6926주를 1주당 1만100원에 장내매도해 총 7억7695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오플로우 임원들도 같은 시기 자사주를 팔거나 이후 다시 싼 값에 취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현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6일 보유 중인 1만9085주를 주당 3770원에 전량 매도해 7195만원을 현금화했다.

김창정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전준성 총괄고문은 4일 보유 중이던 자사주 1만9284주, 1만9148주를 각각 주당 1만117원에 매도한 뒤 다음 날 1주당 5380원에 다시 장내매수했다. 김 COO와 전 고문은 하루 만에 1억1825만원, 8850만원씩 차익을 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4일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오플로우와 경쟁기업 인슐렛 간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인슐렛의 손을 들어줬다고 공시했다. 인슐렛은 앞서 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오플로우가 자기자본 723억원 대비 877%에 달하는 손해배상금 4억5200만달러(약 6337억원)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는 소식에 주가는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 만에 1만960원에서 2705원으로 75% 급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23억원, 70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만 5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았다.

일부 주주들은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회사 관계자들이 주식을 서둘러 매도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 내부 정보를 더 빨리 알 수 있는 임원과 특수관계인이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할 때부터 자사주를 매도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로서 기업 가치를 유지하고 위기를 극복할 책임이 있는 내부자들이 악재가 터진 상황에 자사주 매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봤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오플로우는 주가 급락 여파에 올해 8월 발표했던 3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지난 6일 이오플로우는 금융위원회에 유상증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이오플로우 측은 “(경쟁사) 인슐렛이 제기한 미국 특허권 침해와 부정경쟁에 관한 소송에서 배심원 평결 결과 이오플로우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됨에 따라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