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운용이 자산관리회사(AMC)를 맡고 있는 한화리츠(451800)가 ‘FTSE EPRA Nareit’ 지수에 편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화자산운용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리츠협회에서 ‘한화리츠 유상증자 완료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화리츠는 한화그룹의 본사 사옥인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신규 자산으로 편입하기 위해 약 383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한화리츠는 유상증자를 통해 규모가 커진 만큼 FTSE EPRA Nareit 지수 편입에 도전한다. 이 지수는 기관 투자자의 전 세계 리츠 투자를 위한 대표적 벤치마크(Benchmark·운용 성과 평가 기준)로 꼽힌다. 한화리츠가 FTSE EPRA Nareit 지수 구성 종목에 들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한화리츠는 또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A-로 한 단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용등급이 개선되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2026년까지 한화리츠가 신규 자산을 확보하면 FTSE EPRA Nareit 지수 편입과 신용등급 상승 가능성 모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자산운용은 이 밖에도 한화리츠의 자금 조달 방식을 담보 대출이나 유상증자 외에 회사채·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다양한 보유 자산군을 구축하기 위해 강남지역(GBD) 중형 오피스나, 데이터센터 등도 편입할 계획이다.
채온 한화자산운용 리츠투자본부장은 “앞으로 유상증자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자(子)리츠 설립을 통해 추가 자산을 편입할 때 회사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한화리츠 주가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주가가 장 중 3385원까지 밀리면서 상장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리츠의 주가 부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렸고, 금리에 민감한 리츠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한화자산운용은 설명했다.
또 상장 리츠의 유상증자가 잇달면서 수급 문제도 불거졌다. 채 본부장은 “올해 하반기에만 7개 상장 리츠가 유상증자에 나섰다”며 “기관 투자자들이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기존 물량을 매각하는 차액거래에 나서면서 변동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화리츠의 경우 오버행(Overhang·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도 있다. 한화리츠가 한화빌딩을 편입하면서 진행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청약률이 낮아 무더기 실권주가 나왔다. 한화리츠의 유상증자 최종 실권주는 2157만5120주로, 전체 발행 주식 수(1억7960만주)의 12% 물량이다. 인수단인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하나증권, SK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떠안았다.
이에 대해 한화리츠는 증권사가 보유한 실권 물량의 오버행 우려에 대해서도 최대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증권사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채 본부장은 “실권주 인수 증권사들과 이야기한 결과, 주가의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장외 매매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그룹사에서도 장외 물량 인수에 관심이 있어 오버행 부담을 빨리 줄이겠다”고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리츠가 계획보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적어 배당금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리츠는 4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발행해 유상증자 자금 부족분을 채웠다.
채 본부장은 “한화리츠의 총 자산규모가 1조6000억원으로 1년 영업수익이 1000억원 이상”이라며 “전단차 400억원의 금리는 연 3.7%로 연간 이자 규모는 15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자 규모 때문에 배당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리츠가 연간 배당금 270원을 지급하면, 현재 주가 대비 배당률이 7%를 웃도는 만큼 투자 매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채 본부장은 “일시적으로 오른 금리가 안정되면 앞으로 리츠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주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