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방시혁 하이브(352820) 의장이 2020년 기업공개(IPO) 당시 4000억원을 따로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상장 바로 전 해에 투자했던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PE)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회사가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미리 알고 투자해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톤PE는 방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중동 전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몸담았던 곳이다. 이스톤PE가 정말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던 게 맞는다면, 방 의장의 측근이 소속됐던 사모펀드가 내부 정보를 기반으로 하이브 주식을 저가에 사들여 상장시킨 뒤, 차익을 방 의장과 공유한 셈이 된다. 당시 이스톤PE에 구주를 판 운용사는 “당분간 상장 계획이 없다”는 하이브의 말을 믿고 매각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스톤PE는 지난 2019년 하이브 구주 1300억원어치를 사들인 뒤 이듬해 상장 직후 매도해 10배에 조금 못 미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톤PE는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출신 양준석 대표가 그해 4월 설립한 신생 PE다.

이스톤PE는 두 차례에 걸쳐 하이브 구주를 샀다. 2019년 6월 ‘이스톤제1호PEF’가 하이브 공동 창업자 최유정 부사장의 지분 일부를 250억원에, 11월 ‘메인스톤유한회사’가 알펜루트자산운용과 LB인베스트먼트, 최 부사장의 잔여 지분을 1050억원에 각각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투자를 집행할 때는 김창희 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상무가 설립한 뉴메인에쿼티가 펀드의 공동 운용사로 합류했는데, 뉴메인에쿼티는 투자 한 달 전인 그해 10월 설립된 곳이다.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 모두 설립되자마자 하이브 구주를 대거 사들인 것이다.

이스톤PE·뉴메인에쿼티가 방 의장에게 투자 차익을 공유하기로 계약한 시점도 이때였다. 이들은 하이브가 약속한 시점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방 의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으며, 반대로 하이브가 상장에 성공해 ‘몇 배’ 이상 차익을 낸다면 30%를 방 의장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계약은 앞서 지난 2018년 하이브 구주를 샀던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먼저 방 의장과 맺었던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

이듬해인 2020년 10월 하이브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는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가 1조원대 초중반이었고 상장 첫날 상한가 기준 시가총액이 11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하이브 주가는 하락했고, 이스톤PE는 2021년 12월 폐업했다. 양준석 대표는 현재 라피스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 총괄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스톤PE가 2019년 투자를 단행할 시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하이브는 2020년 5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는 늦어도 예심 청구 6개월 전에는 상장부서를 찾아 계획을 알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이브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아무리 늦어도 2019년 말에는 회사가 상장 준비 작업에 착수했을 것이고, 이스톤PE가 두번째 투자를 단행했던 그해 11월에는 상장 계획이 거의 확정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스톤PE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당시 이스톤PE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스톤PE는 애초에 양준석 대표와 김중동 전 하이브 CIO, 이승석 현 하이브 IPX본부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한 운용사였다.

양준석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에서 PE 업무를 담당하다 이스톤PE를 설립한 인물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하이브의 상장 대표 주관사였던 만큼, 양 대표가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 이승석 대표의 경우 그 당시엔 방 의장과 어떤 친분도 없었으며 김중동 전 CIO와의 인연으로 이스톤PE에 합류했다는 게 하이브 측 입장이지만, 김 CIO는 다르다. 장기간 하이브 사외이사를 맡다가 이스톤PE 설립 시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으며 상장 직전에는 하이브에 CIO로 다시 돌아온 인물이다.

당시 이스톤PE에 구주를 팔았던 운용사들(LB인베스트먼트·알펜루트자산운용) 가운데 알펜루트자산운용은 “하이브가 상당 기간 상장할 계획이 없는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 알펜루트가 “상장까진 먼 얘기”라는 하이브 측 입장에 구주를 이스톤PE에 매각했는데, 알고 보니 하이브가 이스톤PE엔 다른 얘기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3자인 사모펀드들끼리 구주를 사고파는데 뜬금없이 대주주가 풋옵션을 받아주겠다고 계약하는 건 상당히 특이한 일”이라며 “사실 차익 공유가 주된 목적이고 풋옵션은 방 의장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거의 없는 조건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이미 상장 계획이 어느 정도 확실히 잡혀있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이스톤PE와 방 의장의 주주 간 계약 및 이스톤PE의 구주 인수에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고 확인된다면 구주를 판 운용사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다만 하이브 관계자는 “당시 기존 주주들이 펀드 만기 등을 이유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니즈가 있었는데, 구주를 사가서 오래 보유해 줄 믿을 만한 투자자가 필요했기에 김중동 전 CIO가 이스톤PE를 소개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펜루트 입장에서는 1년 만에 2배에 조금 못 미치는 차익을 거뒀으니 나름대로 좋은 성적이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