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올해 부진한 가운데 방산주(株)는 예외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현대로템(064350)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배 뛰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졌고, 늘어난 무기 수요를 한국 방산기업들이 공략해 성과를 낸 덕분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 방산업을 ‘K-Bangsan’이라는 고유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방산주를 보는 시각이 복잡해졌다. 당장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F-35 전투기를 비판하자, 국방비 삭감 가능성이 불거졌고 전 세계 방산주 주가가 하락하는 연쇄 효과로 이어졌다.

국내 방산주에 추가 투자해도 되는 시점일까. 지난 11월 27일 방산 업종을 분석하는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을 만났다. 위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산 기업에 기회가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관세율이 높아지는 과정이 국가 간 긴장감을 키웠고, 군비 증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위 연구원은 다만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방산업종 특성을 고려할 때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본질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실적이고, 국내 방산업체가 확보한 수주잔고(일감)를 고려할 때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취지였다.

위 연구원은 또 글로벌 방산기업의 12개월 선행(Forward)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 평균을 고려할 때 국내 주요 방산주의 주가가 20%가량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하 일문일답.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에서 한국 방산업 전망을 밝히고 있다. /하나증권 제공

―트럼프 시대가 돌아왔다. 미국이 국방비를 삭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한국 방산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미국이 국방비를 줄인다면 한국 방산기업에 대한 센티멘트(sentiment·투자심리)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펀더멘탈(fundamental·기초 체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이 이미 쌓아 놓은 수주 잔고만 가지고도 실적 성장은 담보가 돼 있다.

특히 한국 방산기업의 주요 시장인 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 동맹국의 ‘무임승차’를 주장해 왔다. 유럽 내 나토 회원국은 앞서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편성하기로 합의했던 만큼 현재 1% 초중반보다 높아질 것으로 본다.

미국이 실제로 국방비를 삭감할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이 공격적으로 국방비를 늘리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유럽 내 자체적으로 무기를 조달하려는 분위기가 있는데 한국 방산 기업의 수출이 이어질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유럽 현지 기업의 생산능력(CAPA)만으로 무기 수요를 다 충족할 수 없다. 50% 정도만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럽 방산기업을 제외하면 미국, 한국, 일본, 중국 기업 정도가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유럽이 중국산 무기 체계를 살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일본 역시 방산 수출을 본격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택지가 적은 상황에서 한국 방산기업에 대한 관심이 꾸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긴축 외에도 방산주에 영향을 미칠 정책은 또 무엇이 있나.

“관세다. 역사적으로 관세율을 높여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나타나면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해졌다. 결국 보호무역은 탈세계화, 자국우선주의를 뜻한다. 정세 긴장감이 커지면 군비 증강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북한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세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요인들 아닌가.

“반대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스라엘을 공식 지지한다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감도 여전하다. 방산 업종이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 단기적 영향에 그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방산업종의 핵심은 수주잔고와 실적이고, 이를 토대로 적정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지난 27일 백령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9 자주포 실사격 모습. /해병대사령부 제공

―방산주 가격이 많이 상승했는데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미국 록히드마틴과 같은 주요 방산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20배 정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17배 정도다. 단순 계산하면 20% 이상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

또 한국 방산기업들이 기존 수주 물량에 더해 2025년에도 추가 수주를 하는 과정에서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출이 늘면서 수익성도 좋아졌다. 일부 방산기업은 수출 과정에서 마진율(판매가-매출원가)이 30%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주가가 떨어질 환경은 아니라는 의미다.”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방산주는 어딘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수주잔고가 많고,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여러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국가도 많다는 의미다.

현대로템도 나쁘지는 않지만, K2 전차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나 다양한 국가에 수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데, 현재 논의 중인 국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중소형 방산주는 어떻게 평가하나.

“중소형 방산업체는 아직 이익 성장이 거의 없다시피 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부품 국산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전차나 자주포 등에 들어가는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결합체) 밸류체인(Value Chain·공급망)에 속하는 STX엔진이나, SNT다이내믹스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앞으로 한국 방산주에 투자한다면 무엇을 챙겨봐야 할까.

“많은 투자자가 뉴스에 따라 일희일비하는데, 결국 주가는 실적에 맞춰 간다. 쉽게 말해 어느 지역에 전쟁이 나서 한국 무기 체계가 급증할 것이란 식의 공격적 상상은 위험하다. 2025년과 2026년까지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산기업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목표주가를 세워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