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사업 개편이 8번째 시도만에 금융감독원의 문턱을 넘었다. 최초 발표 때와 비교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철회하는 등 일부 후퇴했지만, 시장에선 두산그룹이 당초의 계획을 진행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이달 12일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증권신고서 안엔 두산에너빌리티의 일부 사업 부문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고 여기에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붙여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리하자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안이다.
이같은 합병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실상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를 받아야 해당 증권신고서에 효력이 생기는 것인데, 이번 효력 발생은 두산그룹의 사업 개편에 대해 금감원이 문제 삼지 않았다는 뜻이다.
두산그룹이 금감원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4개월이 소요됐다. 당초 두산그룹은 최초 증권신고서를 지난 7월 15일 제출했는데, 시장에서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합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두산그룹이 합병 비율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연간 1조원의 두산밥캣의 가치는 누르고, 적자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치는 과대평가 했다는 뜻에서다. 여기에 합병이 끝나면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 3배가량 오른다는 점도 기름을 부었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두산그룹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한 달 뒤인 지난 8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금이라도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두산그룹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 등을 이유로 7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의 주식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을 교환하는 방안은 철회했다. 원래라면 두산밥캣의 주주는 가진 주식을 반납하고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받아야 했다. 이후 두산밥캣은 상장폐지되는 구조였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두산밥캣 주주를 강제로 축출한다’는 목소리에 두산그룹은 이 방안은 취소했다. 하지만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만드는 안은 진행하는 만큼 양사의 주식 교환은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두산그룹은 이제 주주총회를 남겨두고 있다. 사업 개편안이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두산그룹은 계획대로 자회사를 정리할 방침이다. 회사의 분할·합병 사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과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