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시장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뒤 6개월가량은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한 가운데 주가 부양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2023년 11월~2024년 11월)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코스피시장 상장사 188곳이 자사주 취득 공시를 했다. 공시 이튿날 74.5%(140개사)가 주가가 올랐다. 평균 주가 상승률은 2.2%였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자사주 취득 공시 전보다 주가가 높은 종목 비중은 ▲일주일 뒤 68.7% ▲한달 뒤 68.1% ▲3개월 뒤 59.7% ▲6개월 뒤 57.6% 등으로 점차 줄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6개월가량은 절반 이상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를 누린 셈이다.

삼성전자도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주가가 반등했다. 4년 5개월여 만에 4만원대까지 밀렸던 삼성전자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공시 직전인 지난 15일 7.21%(3600원) 오른 데 이어 전날 5.98%(3200원) 추가로 상승했다. 이날엔 0.71%(400원) 하락한 5만6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자사주 매입만으로 큰 주가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한미반도체(042700)LS(006260) 등도 업황 우려가 불거지자, 상승분을 반납했다.

삼성전자가 2015년과 2017년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섰을 때도 실적이 주가 향방을 갈랐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2015년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고 3개월간 주가가 오히려 12.1% 빠졌다. 반대로 2017년엔 3개월 동안 주가가 8.4%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주가) 단기 상승세를 나타내고 분명히 반등의 계기로 작용한다”면서도 “과거의 사례를 보면 결국 실적 개선 여부가 중장기 주가의 상승 폭을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수급만 놓고 보면 자사주 매입 효과가 사실상 없었다. 12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 15일에만 1290억원 순매수했고, 다시 이날까지 2거래일 동안 28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우지연 D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공시는 중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개선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과 실적 불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오는 20일(현지시각) 미국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 발표가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엔비디아의 가이던스(Guidance·실적 전망치) 등을 토대로 반도체 업황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인사도 앞뒀다. 삼성전자는 보통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 등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11월 말에 인사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또 12월에 새해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글로벌 전략회의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