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000240) 주식 공개매수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지분이 20.35% 이상 확보돼야만 매수할 예정이었으나, 8.8%만 응모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에 공개매수사무취급자로 나섰던 한국투자증권의 노력도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공개매수에는 실패했지만, 한투증권은 다행히 착수 수수료를 받으며 소정의 ‘수고비’를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성공 보수 없이 착수 수수료만 받도록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를 하는 주체는 증권사에 수수료를 많이 안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 착수 수수료를 주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MBK나 한투증권 모두 이번 딜의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걸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투증권은 이번 공개매수에 사무취급자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앤컴퍼니와 척을 지게 됐다”며 “MBK에 ‘우리만 피해를 볼 순 없으니 수수료라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착수 수수료를 어떻게 책정했는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경우 공개매수 예정 총액의 1% 미만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부터 금융 회사의 대출 확약(LOC)이나 출자자(LP)의 출자이행약정으로도 공개매수자금 보유 사실을 인정해 주고 있다. 이 경우 수수료도 LOC를 토대로 책정된다.
그러나 MBK는 스페셜시튜에이션스(SS) 2호 펀드에 남아 있는 드라이파우더(아직 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 중 6200억원과 차입금 52억원을 한투증권 계좌에 미리 예치해 둔 상태로 공개매수에 나섰다. 따라서 착수 수수료는 이 예치금을 기반으로 계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예치금의 0.1%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다면, 착수 수수료는 약 6억2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수수료율을 최고치로 잡아 0.5%라고 가정한다면, 수수료는 약 30억원이 된다.
이번 공개매수로 한투증권 지점 직원들은 적지 않은 업무를 해야 했다. 공개매수는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진행되기에 한국앤컴퍼니 주주들은 공개매수를 원할 시 지점을 방문해야 했다. 공개매수 가격과 주가의 괴리가 컸기 때문에 상당수 개인이 지점을 찾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투증권은 공개매수 청약자 수를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반기보고서 기준 소액주주가 2만2052명이기에 절반만 참여했어도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