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특례 1호 상장사 셀리버리가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셀리버리의 뒤를 이은 성장성 특례 상장 기업 2호인 올리패스도 내년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해 특례상장 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줬지만, 특례 상장사들은 좀처럼 재무 부실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나머지 기업들도 아직 흑자 전환이 요원해 집단 부실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올리패스 로고

성장성 특례는 최근 파두(440110) 사태 등으로 문제가 불거진 기술 특례와 같은 거래소 특례 상장 제도 중 하나다. 기술 특례보다 더 완화된 조건을 적용하는 상장 제도다. 기술 특례의 경우 외부 평가 기관으로부터 기술력과 사업성에 대해 일정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아 상장 예심을 신청할 수 있다면, 성장성 특례는 기술 평가 없이도 주관사가 기업의 성장성을 인정해 추천하면 상장 신청을 할 수 있다.

성장성 특례 기업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관리종목 지정을 받지 않는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존재해도 지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8년 성장성 특례 1호로 상장한 셀리버리가 상장 이후 부분 잠식 자본 상태가 이어졌는데도 2023년 3월이 되어서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유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 중 재무적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최근 사업연도에서 감사의견 비적정(부적정·의견거절·범위제한 한정)을 받거나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30억원 미만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 이상을 초과하는 경우가 최근 3년 이내 2회 이상 발생했을 때다.

당초 성장성 특례 기업이 가장 두려워했던 관리종목 지정 사유인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 요건은 올 초 폐지됐다. 거래소가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개선하면서 이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대신 최근 5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한 종목을 투자 환기 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특례 상장한 기업의 퇴출 부담을 덜어주고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그래픽=손민균

거래소가 여러모로 특례 상장 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성장성 특례 2호 기업인 올리패스는 관리종목 지정의 길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리패스의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224%다. 거래소 기준인 50%를 크게 넘긴다. 올리패스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이 기준을 초과하면서, ‘3년 이내 2회’라는 거래소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이미 해당하는 상태였다.

셀리버리의 뒤를 이어 2019년 한 해 동안 올리패스를 포함해 라파스(214260), 신테카바이오(226330), 브릿지바이오 등 4곳이 잇따라 성장성 특례 제도를 활용해 상장했다. 이 중 2019년 10월 이후 상장한 라파스, 신테카바이오, 브릿지바이오는 거래소 규정에 따라 2020년 사업보고서부터 관리종목 지정 유예 혜택이 적용된다.

다른 회사들도 재무 사정은 좋지 않다. 브릿지바이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 이상을 초과했다.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기준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89%로, 또다시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이를 개선하지 못하면 2025년 3월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관리종목 지정 요건은 아니지만, 성장성 특례 기업의 영업 손실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개 종목 모두 수십억~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신테카바이오의 경우 누적 영업수익(매출액)은 875만원에 그치는 반면, 영업손실은 94억8000만원에 달한다. 브릿지바이오도 매출액 1억원에 영업손실은 290억원이다. 이 회사의 경우 올해 6~9월 동안 한 푼의 매출도 내지 못했다.

한편 지난 3월 셀리버리는 2022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인이 밝힌 의견 거절 사유는 감사범위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 능력 불확실성이다. 이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거래소는 3월 23일부터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현재 거래소는 셀리버리에 개선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셀리버리 측은 “거래재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