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회사를 선별해 별도의 지수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 종합지수와 대표 지수인 코스닥150지수가 있지만 이와 별도로 코스닥 상장사 중 최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 80여 개를 선정해 ‘코스닥 글로벌’ 지수를 만들겠다는 것이 거래소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시가총액, 재무 상태 등 코스닥 글로벌에 편입될 기업의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준이 선정되면 다음 달 중 해당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후 코스닥 글로벌에 포함될 기업을 확정할 계획이다. 코스닥 글로벌 지수가 산정되면 이 지수를 토대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부는 이런 내용의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시가총액뿐 아니라 이익 규모, 자산 등 재무 상태를 반영해 코스닥 시장에 가장 상위에 있는 기업들을 뽑아내기 위해 기준을 정하고 있다”라며 “70~80개 가량의 기업이 코스닥 글로벌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닥 글로벌의 최소 선정 기준을 확정해 빠르면 다음 달 중 해당 기업의 신청을 받아 편입되는 기업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정해지면 거래소는 이를 토대로 별도의 지수를 산출해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도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로 코스닥150지수가 있다. 그러나 코스닥150의 경우 상장 종목 중 업종별로 일정 비율을 나눠 편입되는 기업들을 분배하는 구조여서 시가총액이나 순이익 등이 커도 이 지수에 포함되지 못하는 종목들도 많다. 코스닥 글로벌 지수는 업종별 배분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업만 뽑아 지수화한다는 점이 다르다.
거래소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와 지수를 만들려는 것은 코스닥 시장을 미국 나스닥 시장과 같이 분리해서 운영하려는 취지다. 3200여개 기업이 상장된 미국 내 규모 2위 거래소인 나스닥은 세부적인 상장 요건에 따라 △CM(Capital Market) △GM(Global Market) △ GSM(Global Select Market) 등 3개의 시장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 글로벌 셀렉트 마켓(GSM)에 속한 기업들은 나스닥 종목 중에서도 영업이익, 매출액,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최고 수준의 상장 조건을 충족시킨 곳들이다. 이렇게 세분화해 우수 기업들을 상장시키면서 미국 주요 빅 테크 기업 대부분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고 전체 미국 시장 거래량의 56%가량이 나스닥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시장보다 훨씬 질적으로 떨어지는 기업들이 모여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각종 횡령 사고와 주가 조작 등에 연루된 기업들 대부분이 코스닥 상장사이고 코스닥에 상장해 규모가 커진 기업 중에서는 이런 부정적 인식을 우려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곳이 많다.
실제 코스닥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 중 다수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다. 지난 2003년 5월 엔씨소프트(036570)가 이전했고 이후 네이버(NAVER(035420)·2008년 11월), 카카오(035720)(2017년 7월), 셀트리온(068270)(2018년 2월), 포스코케미칼(2019년 5월)도 이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150이 있는데도 코스닥 글로벌을 별도로 만들려는 것은 코스닥 시장이 열린 후에 계속 우수 상장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시장의 2부 리그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런 인식을 개선하고 미국 나스닥처럼 최고의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만 모아 따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거래소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코스닥 시장의 투자금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의 단기 트레이딩에서 나온다”라며 “코스닥 글로벌 지수가 ETF 등 패시브 자금을 유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진교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은 “이미 코스닥150지수가 있음에도 이와 구분되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이라며 “기존 지수와는 차별화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거래소가 노력하고 있고 이런 노력이 코스닥시장의 분위기 쇄신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