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이언트 스텝’ 우려와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으로 가상자산 시세가 폭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반 전으로 회귀했고,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1년 반 수준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알트코인도 낙폭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바닥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 18개월 만에 최저가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줄어

14일 오후 2시 2분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5.37% 하락한 286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업비트에서는 2865만원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는 비트코인이 24시간 전보다 14% 떨어지고, 일주일 전보다는 26% 내린 2만2181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2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계속해서 낙폭을 키우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3000달러가 붕괴된 것은 지난 2020년 12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만 가격이 50%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고점(6만7000달러)과 비교하면 67% 폭락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의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각 가상자산 시총 2위인 이더리움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10% 하락한 122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일주일 만에 주가가 30% 폭락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또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전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9260억 달러(약 1194조원)로 집계됐는데, 가상자산 전체 시총이 1조 달러(약 1288조원)를 하회한 것은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전체 시총이 2조9680억 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7개월 만에 2조 달러, 3분의 2가량이 없어진 것이다.

◇ 美 연준 ‘자이언트 스텝’·셀시우스 ‘뱅크런’이 악재

가상자산 급락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우려가 있다. 지난주 미 노동부는 5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75bp(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할 가능성이 커지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이더리움 기반 대출 서비스인 셀시우스에서 ‘뱅크런’이 발생한 것도 가상자산 가격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일 가상자산 가격이 흘러내리자, 가상자산을 예치한 투자자들은 앞다퉈 인출을 시도했다. 한 번에 많은 금액의 인출이 몰리자 뱅크런이 발생했고, 이는 또다시 가상자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등 악순환이 되고 있다. 셀시우스 뱅크런 사태에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일시적으로 비트코인 인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준의 긴축과 셀시우스 뱅크런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바이낸스 거래소의 출금 중단은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흔들리는 시장에 관련 기업 주가도 ‘휘청’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급격하게 흔들리자, 국내외에서 가상자산 관련주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코인베이스는 전 거래일보다 11.41% 급락한 52.01달러에 거래를 마혔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올해 들어 78% 넘게 빠졌다.

코인베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거래소로, 지난해 4월 미국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 당시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을 인정했다면서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주가가 한때 357달러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이때에 비하면 코인베이스 주가는 현재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주들도 줄줄이 미끄러지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덴트(121800)우리기술투자(041190)는 올해 개장날인 1월 3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60%, 37% 폭락했다. 비덴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와 빗썸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기술투자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된다.

위메이드(112040)위메이드맥스(101730)도 급락하고 있다. 위메이드와 위메이드맥스는 이날 각각 13%, 6%대 하락률을 보였다. 올초 주가와 비교하면 절반 넘게 빠졌다. 게임사인 위메이드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인 위믹스달러를 발행한다고 밝힌바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암흑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전망을 어둡게 평가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4년 전 가상자산 붐이 일었다가 꺼졌을 때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가격이 8분의 1로 줄었고, 이더리움은 26분의 1로 떨어졌다”면서 “바닥은 아직 안 왔다”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우려가 사라지기 전까지 가격 조정은 이어질 것”이라면서 “반등이 나오려면 경제 침체 시그널이 더 나와야하는데 그게 하반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