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사 투자자문업자 E사와 전직 대표이사 이모씨가 불법 리딩방 운영과 리딩비 편취, 주가 조작, 사기,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11명의 회원에게 집단 고소를 당했다. E사는 65만명 가까운 투자자들이 유튜브 영상을 구독하고 있는 국내 최대 유사 투자자문업자 중 하나다.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리딩방 운영, 주가 조작 등으로 단체 고소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식 리딩방 광고화면./ 연합뉴스TV 캡처 화면

29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E사의 회원 11명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를 통해 지난 25일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는 E사가 ▲주식 시세 조종(자본시장법 위반) ▲사기(형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및 범죄단체 활동(형법 위반) ▲과대광고(표시광고법 위반) 등의 행위로 고소인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E사는 지난 2016년 9월 설립돼 현재까지 증권 정보 제공업무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곳이다. 금융감독원에 유사 투자자문업자로 신고해 영업 중이다.

고소인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네이버,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광고매체에 게재된 E사 무료 주식추천 서비스 광고를 보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남겼다. E사는 고소인들이 남긴 연락처를 이용해 고소인들에 유선전화로 연락해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무료 주식보다는 유료 주식 리딩 프로그램에 가입하라고 유인했다.

E사는 300~1000%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약속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이를 보상해준다고 했다. 이런 보상을 보증해주는 보증서도 써주겠다고 했지만 리딩방 가입 후 보증서를 써주지 않았다.

또 ‘두달주’라는 용어를 사용해 2개월만 보유하고 있으면 300~500%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주식 종목이 있다고 홍보했다. E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주가가 급등한 진단키트 기업 씨젠(096530)도 자사가 ‘두달주’로 추천했던 종목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사는 고소인들에게 400~3000만원의 리딩비를 받았다. 전담 매니저를 배정해 자사 이름이 들어간 E톡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했고, 이 앱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1대1 투자 자문 상담도 했다. 자본시장법은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간행물이나 이메일로 투자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1대1 투자 자문은 금지한다.

고소인들은 E사가 주가 조작 행위를 조직적으로 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명성티엔에스 주식을 고소인들에게 특정 기간 지속해서 매수하게 하고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자문하면서 개별적인 매도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명성티엔에스는 최대 주주였던 오모씨가 본인 소유 지분(17.84%) 중 9.73%(63만주)를 제삼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고, 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담보로 잡힌 지분은 다른 법인에 매각됐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박모 씨와 특수관계인으로 이들은 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공시를 하지 않은 명성티엔에스는 지난해 12월 14일 거래 정지됐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를 앞둔 상태다.

E사는 명성티엔에스가 국책 사업을 맡은 회사며 미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관련된 배터리주라며 홍보했고, 고소인들은 이런 말을 듣고 이 회사 주식을 각각 100만원~2억원가량 매수했다. 지난해 9월 22일 장 중 1만8550원까지 올랐던 명성티엔에스 주식은 이후 급락해 지난해 11월 2일에는 7350원까지 하락했고, 12월 14일에는 9210원에 거래 정지됐다.

이 과정에서 E사는 고소인들에게 손절매하면 안 된다며, 개별적 매도를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명의 고소인이 리딩비와 명성티엔에스 주식 매수로 입은 피해액은 4억8340만원이다.

그래픽=송윤혜

고소인 중 한 명인 김모씨(42)는 “회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명성티엔에스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계속 요청해 단기간 주가를 급등시킨 후 먼저 산 사람들을 매도하게 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안다”며 “나중에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매수한 사람들은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이사뿐 아니라 매니저 등도 이 회사가 거래 정지 등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있는데도 계속 매수를 권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소인들은 “E사는 리딩비를 편취하고 회원별로 담당자를 배정해 투자자를 관리했다”며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해 돈을 송금받은 범죄단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사 관계자는 “(고소 내용이 사실이 아닌) 부당한 내용이니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