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영향력이 커지면서 투자자들 반발이 거세다. 머스크의 말 한마디, 트윗 하나에 코인 가격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기존 주식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 암호화폐 가격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를 제공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오전 1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2255(5.99%) 하락한 3만540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기록한 올해 고점(6만4870달러)보다 45%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그동안 머스크 발언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을 여러 번 뒤흔들었다. 지난 12일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구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10% 넘게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 시스템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암호화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네티즌 질문에 “법정통화와 암호화폐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나는 후자(암호화폐)를 선호한다”라는 답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의 지지 발언에 중국 리스크로 하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3% 가까이 반등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상황이긴 하지만, 머스크 한 사람의 파급력이 이렇게 크다는 건 비정상적”이라며 “일반적인 자본시장 논리를 적용한다면 미국에서 머스크는 시세 조종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도지코인 띄우기도 계속됐다. 그가 20일 도지코인의 상징인 시바견이 그려진 1달러 지폐 사진을 올리자, 도지코인 가격은 장중 한때 15% 급등했다. 22일에는 예수가 시바견을 안고 ‘네가 원하면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림을 올리면서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18일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은 머스크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폭탄 발언을 할 때마다 가격이 요동치는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경고를 통해 암호화폐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에 간섭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나 투자자를 속여 이익을 챙기는 시세 조종 행위를 할 경우 100만달러 이하 벌금 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현지에선 손해를 본 투자자들 중심으로 머스크를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심지어는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머스크 행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스톱일론’(STOPELON)이라는 알트코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톱일론: 미국 스톱일론이라는 단체가 만든 암호화폐로, 암호화폐 가격을 조작하는 머스크에 대항한다는 차원에서 단체명과 같은 코인을 출시했다. 스톱일론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 경영권을 확보한 뒤 머스크를 해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미 머스크는 2018년 SEC에 시세 조종 혐의로 고발당해 2000만달러 벌금을 낸 전적이 있다.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테슬라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해 주가 상승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게임스톱(GameStop) 투자자들, 브랜드명을 바꾸는 만우절 장난을 친 폭스바겐 등이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의 경우에는 이른바 ‘주가 조작’ 또는 ‘작전’으로 불리는 시세조종행위를 사기적, 불법적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투자자에 피해를 끼치는 불공정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최고 무기징역과 함께 주식매매 이익 또는 손실회피 금액의 5배에 달하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외 어느 곳에서도 주식시장 아닌 암호화폐 시장 내 시세 조종 등을 처벌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머스크가 과거처럼 SEC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최근 한 논평에서 “머스크의 변덕은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 원동력”이라면서도 “그가 트윗을 통해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격에 변동성을 키우는 건 단순히 재미 때문이지, 본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이성적인 행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웃기고, 미래지향적이지만, 골치 아픈 머스크 이미지에 딱 맞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