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금리 인하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처한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이 아닌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자본조달 비용 현실화를 통해 업계 숨통을 틔워달라는 저축은행의 주문에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는 오는 7월부터 시작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앞서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대출을 열어달라고 재청할 예정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내규상 대부업을 대출금지업종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대부업계는 자금 대부분을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을 통해 조달한다. 자연히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보다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1금융권인 시중은행으로부터 일부 자금이라도 조달할 수 있다면 조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그러면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손실 분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며 “대부업계가 주장하는 적정 조달 금리는 3~4%대”라고 말했다.

현재 업계 평균 자금조달 금리는 6%대로 알려졌다. 그동안 은행들은 내규로 대부업 대출을 제한해왔다. 1400여개가 넘는 대부협회 등록 업체 가운데 극소수인 대형업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소규모 대부업체들에 대한 건전성과 평판 조회가 어려워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대부업체들.

최근에는 그나마 대부업체에 돈을 대던 대형 캐피탈사도 점차 직접 개인금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산업은행은 산은캐피탈의 대부업 대출 관리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산은캐피탈은 기존에 거래하던 대부업체에 추가 대출을 중단하고, 내년 1월까지 대부업 대출 전액을 정리할 계획이다. 대부업체들은 ‘받을 수 있는 최고 금리가 떨어지는데, 조달 금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대부업계에서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300만~700만원 수준 소액이 대부업계 대출의 대부분인 만큼 대손충당금을 기본적으로 이자의 10% 정도 받아야 한다”라며 “여기에 평균 조달 금리가 6%, 중개 업체 수수료 3~4%를 합치면 7월부터 시행 예정인 법정 최고 금리 20%로는 수익을 내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저신용자 신용 대출 여부, 법규 준수 등 당국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한 대부 업체에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정작 은행권 자금 조달 여부는 한 달이 더 지나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시중은행들도 ‘아직 논의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가 당장 두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대부업계 시중은행 자금 조달에 대한 내용은 진전이 없다”며 “기한이 다가오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와 대부업체들을 같이 앉혀 놓고 ’알아서 타협하라'고 유도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프리미어리그' 제도처럼 실효성 있는 법적 강제 사항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미 대출 수요가 충분한 시중은행들이 ‘대부업체 자금줄’이라는 평가를 과연 감수하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부업계 자금 창구가 막히고, 조달 비용이 오를 경우 대부업 대출이 막힌 취약계층이 고금리 사채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신용 응답자 가운데 65.2%가 ‘대부 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불법사금융으로 흘러들어 갔다. 같은 조사에서 불법사금융 이용자 가운데 73.5%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