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인한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자 코스피 지수가 버티질 못했다. 31일 코스피 지수는 3% 폭락하면서 약 두 달 만에 25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3%, 2위인 SK하이닉스(000660)는 4% 넘게 빠졌다.

모든 상장 종목의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뉴스1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6.86포인트(3.00%) 내린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5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달 10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57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물량을 개인(7951억원)과 기관(6613억원)이 순매수로 받아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중에서 KB금융(105560)(0.38%)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005930)는 3.99% 빠졌고, SK하이닉스(000660)는 4.32%,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6.04%,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3.34% 밀렸다.

이 같은 흐름은 악재가 겹친 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첫 번째 악재는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무차별로 부과하겠다고 한 상호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각)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는) 모든 국가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10개나 15개 국가(에 먼저 부과될 것이)라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뉴욕 증시에선 이미 관련 우려가 반영됐다. 주말 전인 지난 2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12.37포인트(-1.97%) 떨어진 5580.9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81.04포인트(-2.70%) 하락한 1만7322.99에 장을 마쳤다.

미국은 다음 달 2일 대미 관세와 비관세 무역 장벽을 고려해 전 세계 각국의 상호관세를 발표할 방침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에 관세를 추가로 10%씩 2번 올렸고,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선 25%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 달 3일부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비중이 가장 큰 자동차와 그 핵심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3월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 시연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모의 데이터를 이용한 불법 공매도 적출 방법을 지켜보고 있다./뉴스1

두 번째 악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재개된 것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냈다가 실제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2023년 11월 정부는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불법 공매도의 수준이 심각하다며 이 제도를 전면 금지했다.

당시 정부는 2025년 3월 말까지 공매도를 막겠다고 발표했는데 하필이면 이 시기에 미국의 상호관세 문제가 불거졌다. 공매도 재개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 탓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91포인트(3.01%) 빠진 672.8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 홀로 2161억원 순매도했고 기관은 1474억원, 개인은 599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선 알테오젠(196170)(0.99%), 리가켐바이오(141080)(0.85%), 에스엠(0.28%)이 올랐고, 에코프로비엠(-7.05%), HLB(3.67%), 에코프로##(-12.59%)는 내렸다.

업종별로는 가스 유틸리티(1.31%), 비철금속(0.48%) 등은 상승 마감했고, 전기제품(-6.08%), 생명과학도구 및 서비스(-5.37%), 화학(-5.18%) 등은 하락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72.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