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26일 15시 4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7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확보한 자금이 6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투자자 외면으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최근 벤처캐피털(VC) 등 기관 투자자들이 잇따라 투자를 확정하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빅테크 메타의 퓨리오사AI 인수 타진이 회사가 가진 기술력을 재조명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퓨리오사AI는 매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 성장을 택했다.
26일 VC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올해 초 재개한 7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유치 라운드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유진투자증권 등이 투자를 확정, 600억원 이상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퓨리오사AI가 투자유치를 마무리할 경우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7월 약 8000억원 수준 기업가치로 8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나섰지만, 투자자 외면에 목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에선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2023년 1600억원 규모로 추진했던 시리즈C 투자유치에서 이미 800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던 탓이었다. 퓨리오사AI는 당시 같은 해 7월 1차 마감 후 연내 800억원 추가 확보를 목표로 정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다.
반도체 업체 파두의 추락이 VC들의 투자 집행 지연으로 이어졌고, 무엇보다 지난해 8월 퓨리오사AI가 내놓은 2세대 AI 반도체칩 ‘레니게이드’를 향한 기술력 의문도 제기됐다. 퓨리오사AI가 기술 개발을 지속할 자금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합병(AI)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점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자체 AI 칩 개발에서 기대 이하의 성능을 경험한 메타가 기술력을 갖춘 해외 반도체 업체 인수를 타진해 오다 올해 초 퓨리오사AI와의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갑작스러운 매각설이 퓨리오사AI의 ‘몸값 올리기’ 혹은 ‘원활한 투자유치’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시장은 반응했다. 특히 메타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레니게이드로의 투자자 관심이 크게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레니게이드는 AI 추론 작업에 특화된 AI 반도체로, 기존 GPU 대비 전력 소비는 25% 수준에 불과하면서도 성능 효율은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TSMC 5나노 공정 기반으로 생산되며, 고대역폭메모리 탑재로 연산 성능도 극대화했다.
앞서 지난해 6월 퓨리오사AI와 함께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던 사피온과 리벨리온 간 합병 추진 당시도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를 앞세운 독자 성장을 택했다. 사피온은 퓨리오사AI에 먼저 합병을 제안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퓨리오사AI는 이번에도 독자 성장을 선택했다. 최근 메타 측에 매각 거절 의사를 최종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700억원 규모 신규 투자유치 자금을 활용해 올해 하반기부터 레니게이드의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퓨리오사AI 투자유치는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투자유치 목표액의 절반에 가까운 300억원 투자를 확정했다. AI 반도체가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부상한 데 따른 정책적 지원 성격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퓨리오사AI가 언제라도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 관심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메타가 제시한 인수가는 8억 달러(약 1조2000억원)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는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약 8000억원)를 4000억원가량 웃돌았다.
국내 VC 한 관계자는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메타 외 다른 빅테크 기업의 인수 제안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퓨리오사AI는 AI 반도체 기술력을 인정받아 그간 167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DSC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TS인베스트먼트, 네이버D2SF, 퀀텀벤처스코리아,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슈미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