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21일 16시 2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MBK파트너스 블라인드펀드에 출자를 확약하면서 “적대적 M&A를 추진할 시 출자금을 납입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건 가운데, ‘적대적 M&A’를 어떻게 정의할지가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MBK와의 계약서 작성을 위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대상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반대하는 M&A’에도 출자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이는 투자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을뿐더러 적대적 M&A의 개념과 궤를 달리한다는 의견이 많아 결국 폐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MBK의 6호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하기로 확약하기에 앞서 계약서에 어떤 문구를 넣으면 좋을지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의견을 물었다.
당시 국민연금이 검토했던 옵션 중에는 ‘대상 회사의 이사회가 반대하는 M&A’, 혹은 ‘최고경영자가 반대하는 M&A’에 출자를 거부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PE 관계자는 “결국 국민연금에서는 적대적 M&A를 어떻게 정의할지를 놓고 고민한 건데, CEO나 이사회의 찬성·반대로 적대적 M&A 여부를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적대적 M&A를 어떻게 정의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PE 관계자는 “M&A의 찬반 주체를 ‘이사회’로 규정한다면 좀 말이 된다”며 “그러나 CEO의 경우 대주주가 아닌 한 명의 전문경영인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CEO가 반대한다고 해서 그게 적대적 M&A로 규정돼 국민연금의 출자를 못 받는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IB 업계에서는 적대적 M&A에 출자하지 않겠다고 규정했지만 막상 적대적 M&A의 범위를 정하지도 못한 상태라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년 동안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고려아연(010130)의 경우에도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MBK파트너스를 ‘적대적 M&A 세력’이라고 주장하지만 영풍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적대적 M&A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따라 적대적 M&A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려는 기관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개념적 정의와 가이드라인 확립이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이는 비단 MBK파트너스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PE 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산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또한 MBK파트너스의 6호 블라인드 펀드에 250억원을 출자하겠다고 확약하면서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