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2월 19일 16시 1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반도체 전공정업체 HPSP(403870) 엑시트(투자금 회수) 대박 기대를 키우고 있다. 크레센도가 HPSP 경영권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시작된 HPSP 인수전에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형 PEF 운용사가 대거 참전, 흥행 성공하면서다. 투자 원금 대비 160배 넘는 수익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HPSP 경영권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 블랙스톤 등 일명 3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로 불리는 글로벌 대형 PEF 운용사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외 미국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국내 최대 규모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참전했다.
매각 대상은 크레센도가 보유한 HPSP 경영권 지분 40.9%다. 크레센도는 앞서 작년 하반기 스위스 IB UBS를 자문사로 선정, 지분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크레센도와 UBS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5곳 PEF 운용사가 본입찰 전 실사를 마치는 대로 본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에 매각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크레센도의 HPSP 엑시트 기대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HPSP의 시가를 고려한 매각 대상 지분 가격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가격 협상에서의 매도자 우위까지 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통상 30~40% 수준인 경영권 프리미엄이 50%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크레센도는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도 이미 투자 원금 대비 100배 수익을 예정한 상태다. 2017년 풍산의 반도체 장비 사업부를 사들이며 설립한 HPSP가 반도체 회로 패턴 미세화 흐름을 타고 시가총액 약 2조7000억원의 기업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8년 전 크레센도는 207억원 기업가치에 HPSP 지분 51%를 106억원에 인수했다.
HPSP는 반도체 회로 결함을 방지하는 고압수소어닐링(HPA)과 고압산화공정(HPO) 장비 세계 1위 사업자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전세계 메모리·파운드리 기업들을 모두 고객사로 확보, 인수 직후인 2018년 24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2년 코스닥시장 상장 후 1593억원, 지난해 1810억원(추정)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선 크레센도가 HPSP 엑시트로 투자 원금 대비 160배 넘는 차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에 50%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매각가는 1조6000억원선으로 뛰기 때문이다. 여기에 크레센도는 오는 4월 197억원 규모 배당금도 받을 전망이다. 앞서 2019~2020년에도 배당금으로 약 156억원을 챙겼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크레센도의 HPSP 경영권 지분 매각이 시가 수준에서만 완료돼도 원금 대비 100배 수익으로, 딜 종결 시 국내 PEF 20년 역사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낸 바이아웃 투자로 기록될 전망”이라면서 “바이아웃 투자에선 통상 투자 원금 대비 3~5배 수준의 수익을 내기만 해도 이른바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크레센도PE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한국 투자를 위해 2012년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출신 이기두 대표와 공동으로 설립한 PEF 운용사다. 주로 기술 분야에 투자하며, 지난해 12월 기준 운용자산(AUM)은 1조5788억원이다. 이 대표 외에 엑셀시어캐피탈 출신 박성민 부대표와 산업은행 출신 박진수 부대표가 몸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