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2월 10일 10시 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가 4년 만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경영권 인수 펀드에 출자한 패션 기업 F&F가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테일러메이드를 5조원에 사겠다는 곳이 등장하면 F&F도 투자 차익 1조5000억원을 벌 수 있다. 반면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매각 주체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와 협의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 볼 수도 있다.
다만 현재 F&F가 고려하는 테일러메이드 기업가치는 센트로이드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약 3조원으로 알려졌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12배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양측이 눈높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최근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잠재적 원매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좋은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팔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올해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에 본격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센트로이드는 지난 2021년 테일러메이드를 약 2조1000억원의 기업가치에 인수했다. 선순위 인수금융으로 1조원을 조달했으며, 프로젝트 펀드인 ‘센트로이드 제7의1호’에서 중순위 메자닌 4633억원을, 또 다른 펀드 ‘센트로이드 제7호’에서 후순위 지분(보통주) 투자금 6059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당시 SI로 나선 F&F는 중순위 메자닌에 2000억원을, 후순위 지분투자에 30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부채를 뺀 인수대금 약 1조원 중 절반인 5000억원을 댄 셈이다.
F&F에는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있다. 만약 제3자가 회사를 사겠다고 제안하면, 14일 안에 같은 조건으로 경영권을 먼저 인수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가령 외부에서 테일러메이드 기업가치를 5조원으로 보고 인수를 제안한다면, F&F는 2주 안에 5조원을 마련해 와야만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F&F는 우선매수권뿐 아니라 매각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특정 제3자에 대한 매각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김창수 F&F 회장은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패션 기업 휠라코리아가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해 세계 1위 골프 기업의 주인이 됐듯, 테일러메이드를 품어 장기적으로 운영하길 원하는 것이다. 흔히들 타이틀리스트·테일러메이드·캘러웨이를 묶어 세계 3대 골프 브랜드로 부른다.
센트로이드가 원하는 테일러메이드 기업가치는 5조원 수준이지만, F&F가 생각하는 가격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일러메이드의 지난해 EBITDA는 2억2200만달러(약 3200억원)였는데, 테일러메이드는 여기에 15배를 적용한 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반면 F&F 측은 EBITDA에 10~12배를 적용하는 게 적당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기업가치는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 수준이 적당하다는 게 F&F의 시각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테일러메이드의 몸값을 5조원으로 인정할 ‘큰손’이 나타날지 주시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골프 시장의 성장이 정체돼 있지만, 중동이나 중국의 전략적투자자(SI)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다면 막강한 자본력으로 전체 시장 자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SI가 등장해 5조원에 테일러메이드를 산다면, F&F 입장에선 굳이 경쟁할 필요 없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매각대금이 5조원이라면, 인수금융(원금 및 이자)을 빼고 에쿼티(지분) 가치만 원금의 4배로 오르는 셈이다. F&F 입장에서는 5000억원을 투자해 2조원으로 불리게 돼, 차익 1조5000억원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