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엔씨타워1. /JLL코리아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2월 6일 14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서울 상업용 오피스 시장에서 거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서울 종로·광화문 일대 도심권역(CBD) 대형 매물은 계속 쌓이는 추세인 반면, 강남권역(GBD) 매물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GBD 빌딩 매각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첫 상업용 오피스 입찰이었던 엔씨소프트의 옛 서울 사옥인 ‘엔씨타워1′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엔씨타워1 매각 입찰을 진행했는데, 원매자 8곳이 도전장을 내밀며 흥행에 성공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말 이 중 3곳을 인수 적격 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후 다시 인터뷰를 진행해 퍼시픽자산운용·과학기술인공제회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3.3㎡당 4000만원 중후반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이번 인수가 최종적으로 이뤄지면 역대 GBD 오피스 빌딩 최고 거래가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 대로변에 있어서 새로운 사옥을 구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높고,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라면서 “무엇보다 주변 빌딩 가격을 고려했을 때 자금 마련의 부담이 크지 않은 3000억~5000억원대 매물이라 인기가 많을 것으로 이미 예상됐었다”고 했다.

역시 테헤란로에 있는 ‘강남N타워’도 매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됐다. KB부동산신탁은 오는 3월 입찰과 상반기 중 딜 클로징(거래 종료)을 목표로 하고 있다. GBD 내 1만5000평 이상 오피스 중 신축에 속하는데, 복수의 원매자가 투어에 참여하는 등 인기가 있다고 전해졌다. KB부동산신탁은 2018년 4680억원에 강남N타워를 인수한 뒤 6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이외에도 삼성동빌딩, BNK디지털타워, 삼성동 위워크빌딩 등도 입찰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이다.

카카오지도 로드뷰로 본 을지로3가 제6지구 전경. /카카오지도 캡처

그러나 GBD와 함께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인 CBD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을지로 일대는 최근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며 공급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팔리지 않는 매물 역시 증가하고 있다. 시장 자금이 마른 터라 5000억원대 이하 우량 중형 오피스가 선호되는 추세지만 이곳엔 대형 빌딩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BD에선 매도자와 원매자 간 눈높이 차이로 매각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난해 말 서울 중구 ‘트로피에셋(상징성 있는 자산)’으로 꼽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입찰을 두 차례 진행했지만, 결국 매각을 철회했다. GIC는 3.3㎡당 4000만원의 몸값을 기대했지만 입찰 참여자들은 3300만원 수준을 써냈다. 서소문동 퍼시픽타워도 같은 이유로 매각을 접고 펀드 만기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본사 사옥인 ‘대신343(옛 대신파이낸스센터)’ 매각이 잇달아 불발되자 결국 리츠(부동산위탁관리회사)에 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CBD 기존 매물 자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신축 오피스가 많이 공급될 예정이고, 을지로보다는 강남을 사옥으로 쓰려는 기업이 많은 탓이다. 일례로 엔씨타워1 우협에 선정된 과학기술인공제회만 해도 새 서울 사옥을 위해 CBD를 먼저 찾았었다. 2022년 종로타워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며 최근엔 서울 을지로3가 제6지구 신축 오피스 선매입을 진행하다가 계획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