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시한 ‘관세 전쟁’ 충격으로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3일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 지수는 2.5% 하락해 한 달 만에 2450선까지 내려왔고, 코스닥 지수는 700선을 겨우 지켰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현황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하락한 2453.9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장 중 2437.61까지 하락했는데, 오후 들어 낙폭이 다소 줄었다. 코스피 지수가 2450선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3일(종가 2441.92) 한 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멕시코,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제품에는 각각 25%,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격화되면 국내 기업의 타격도 클 것이라는 우려로 주요 기업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8722억원, 3730억원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만 홀로 1조127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30%)와 네이버(0.23%)를 제외하고 일제히 파란불이 켜졌다. 기아(000270)가 5% 넘게 빠졌고 SK하이닉스(00066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이 4%대 약세를 보였다. KB금융(105560)(-3.16%), 삼성전자우(005935)(-2.79%), 삼성전자(005930)(-2.67%), 셀트리온(068270)(-2.06%), 현대차(005380)(-1.94%) 등도 하락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식시장 모두 장 중 2% 넘게 빠지며 관세 전쟁 공포를 반영했다.

증시 약세에도 불구하고 석유·가스 등 에너지 관련주는 급등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울릉분지에 최대 51억 7000만배럴(Bbl·1배럴은 약 159L) 의 가스·석유가 추가로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

동해심해가스 석유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1차 시추 작업 지점. /뉴스1

탐사 자원량이 가장 많은 유망구조의 이름이 ‘마귀상어(Goblin shark)’로 전해지면서 이른바 ‘마귀상어 테마주(株)’로 꼽히는 한국석유(004090)(29.93%), 한국ANKOR유전(152550)(29.83%), 흥구석유(024060)(21,67%), 한국가스공사(036460)(6.29%) 등이 크게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49포인트(3.36%) 내린 703.8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장 중 700.57까지 빠지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소폭 올라 700선을 겨우 지켰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도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909억원, 1030억원씩 순매도했고, 개인은 2949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날 이차전지주들이 급락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이 9% 넘게 빠졌고, 엔켐(348370)(-7.31%), 에코프로(086520)(-6.23%)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 외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인 리가켐바이오(141080)(-8.14%), 삼천당제약(000250)(-7.17%), 알테오젠(196170)(-5.11%), 리노공업(058470)(-2.80%), 휴젤(145020)(-1.26%), HLB(028300)(-1.00%) 등도 약세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만 3.34% 상승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즉각적인 관세 부과 소식이 없어 그간 위험자산들이 동반 반등했으나, 실제 부과와 보복 관세 예고로 이어지는 흐름에 주식,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이 동반 하락했다”며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 우려에 반도체주도 약세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5원 오른 1467.2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