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조선DB

이 기사는 2025년 1월 24일 16시 1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담은 보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 풋옵션 행사 가격이 정해지면 곧바로 지연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중재 판정에 따르면 신 회장의 평가보고서 제출 마감 기한은 지난 22일까지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측에 평가보고서 제출이 지연된다고 통보하며 제출 예정일을 ‘공란’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에 외부 평가기관으로 EY한영을 선정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풋옵션 행사 가격을 담은 평가보고서 제출은 지연된다고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 측이 평가보고서 제출이 지연된다고 통보하면서 언제까지 제출할 것인지는 밝힌 바 없다”며 “이는 중재 판정의 내용에 반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이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신 회장에게 ‘중재 판정이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외부 감정평가인을 선정하고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판정한 바 있다. 이를 불이행하면 하루에 20만달러(한화 약 2억9000만원)를 지급하라는 강제금 의무도 부과했다. 신 회장 측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이 2018년부터 풋옵션 행사를 두고 장기간 분쟁을 이어온 만큼 간접 강제를 통해 신속히 해결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신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이 중재판정부의 판정문에 담긴 문구를 두고 해석 차이를 보이며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 회장 측은 ‘30일 이내에 외부 감정평가기관을 선정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30일 이내에 외부 감정평가기관을 선정하고 평가보고서 역시 제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신 회장 측 해석이 맞을 경우 평가보고서 제출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중재판정부에 신 회장 측의 평가보고서 제출을 강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간접강제 요청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 측이 EY한영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정한 만큼 일정 기간 내에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 통보하도록 하고, 데드라인을 넘을 시 이행 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측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의 2차 국제중재 사건은 종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 중재판정부가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신 회장 측이 평가보고서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는 풋옵션 행사 가격이 정해지기 전에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대신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산정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부터는 풋옵션 행사 가격에 연 6%대에 달하는 지연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이 투입한 원금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을 고려하면 신 회장은 1년에 700억원이 넘는 지연 이자를 내야 한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신 회장 측에 평가보고서 제출을 강제하는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풋옵션 행사 가격 산정을 위한 후속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과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격인 주당 40만9000원과의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면 양측은 제3의 평가기관을 선정해 가격 산정 절차를 밟게 된다.

제3의 평가기관 후보는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 가격 산정 기관인 딜로이트안진이 후보 세 곳을 추천하고 그 중에서 한 곳을 신 회장 측이 선정한다. 딜로이트안진은 이미 세 곳의 후보를 추리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신 회장 측이 풋옵션 가격을 제시하면 즉시 세 곳의 평가기관 후보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