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 연료전지. /뉴스1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7시 0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두산그룹의 미국 수소연료전지 자회사 하이엑시엄의 성장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행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당시 두산그룹이 투자자들에게 풋옵션을 제공하면서 시장 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한 만큼 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이엑시엄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KD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풋옵션 행사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하이엑시엄의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책정하고 약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원활한 투자자 유치를 위해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풋옵션을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하이엑시엄이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 내부수익률(IRR)의 연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환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사실상 대출에 가까운 투자 라운드로 진행됐다. 수소연료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쓰일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엑시엄이 국내 증권사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규모만 해도 2000억원 수준이다.

하이엑시엄은 두산이 2014년 미국 ‘클리어엣지파워(ClearEdge Power)’를 3240만달러(한화 약 430억원)에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발전용 연료전지 및 수소 관련 기술과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당초 회사명을 두산퓨얼셀 아메리카로 정했으나 미국 내 브랜드 파워를 위해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하이엑시엄은 현재 매출 대부분을 두산퓨얼셀과의 캡티브 거래를 통해 내고 있다. 사실상 두산퓨얼셀과 한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을 들고 있는 두산퓨얼셀은 두산그룹에 있어서 그 임무가 막중하다.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예상되는 수소 사업에 명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엑시엄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45억원으로 2022년(2005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순손실은 99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897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적자 폭이 커지면서 당시 투자 유치 이후 반년 만에 자산유동화대출(ABL)을 통해 자금 조달을 추진했고, 올해 중순에는 차입 구조 개선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수소산업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게 나타나면서 하이엑시엄의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 나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턴어라운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엑시엄은 지난해 2월과 지난 3월 두 차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가운데, 내년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면서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엑시엄은 현재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상태로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상장 자체가 힘들뿐더러 설령 상장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밸류에이션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