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으로 혼란스러웠던 증시가 이달 들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반등했다. 7월에만 전체 시장에서 1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000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51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올 들어 처음으로 한달 기준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추후 유입 여력이 크지 않지만, 이들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진짜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단기적 베어마켓과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꾸준히 ‘셀코리아’를 진행 중인 ‘큰 손’ 외국인은 지난 6월에 6조1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증시 탈출에 나섰지만, 7월에 반짝 컴백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7조9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엑소더스’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달 들어 외국인은 지난 5일(4000억원), 18일(6000억원), 28일(4000억원) 등 연달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일부 차익 실현과 저가 매수에 나섰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매수금액이 몰렸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삼성전자(005930)를 5400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4600억원)과 SK하이닉스(2600억원) 순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005380)(1700억원), 삼성SDI(006400)(1500억원), 에쓰오일(1100억원), KT(030200)(1000억원), SK텔레콤(017670)(1000억원) 순으로 외국인의 자금이 몰렸다.
반면 이달에 NAVER(035420)를 1400억원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팔았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총 상위주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수세가 유입된 반면, 대형주 중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와 같은 대표적 성장주에서는 순매도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와 기업 실적 둔화, 추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8월 당분간 국내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약세장이 이어지고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주식 시장을 떠나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일일 거래대금 역시 5조~6조원대로 급감하며 ‘거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대거 탈출한 외국인 자금이 일부 유입되면서 증시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들 자금이 집중되는 업종과 종목 역시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6월 이후 중형주(코스피 시가총액 101~300위) 위주로 외국인의 지분율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대형주(코스피 시총 1~100위)의 외국인 지분율은 크게 줄어들다가 7월 중순 이후 반등하고 있다. 소형주(코스피 시총 300위 미만)의 외국인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변동폭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내 최근 2개월간 외국인이 지분율을 늘리며 사모은 업종은 헬스케어와 에너지·화학, 생활소비재, 경기방어소비재, 커뮤니케이션 업종 등”이라면서 “연초 이후 집중적으로 비중을 늘렸던 금융을 비롯한 중공업과 정보기술 등은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대석 연구원은 “외국인의 거래 비중과 지분율, 이익 전망치, 주가 수준, 시총을 고려한 결과 IT가전, 화장품·의류·완구, 반도체, 자동차, 호텔·레저 업종이 유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