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하하면서 예·적금 금리가 연 2%대로 줄줄이 내려왔다. 목돈을 들고 예치할 곳을 찾아다니는 예테크족은 일시적 자금조달이나 이벤트성 특판을 내놓는 지방 상호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울산수협 본점에서 판매했던 ‘Sh얼쑤’ 적금은 판매를 시작한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완판됐다. 가입기간 최대 36개월, 적립금액 최대 300만원에 이율은 최고 연 6%다. 이날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로 수협 애플리케이션(앱)은 긴 대기열이 생기는 등 접속 장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제주고산농협의 정기적금 상품이 판매를 시작했으나 다음날부터 상품 목록에서 사라졌다. 가입 기간 12개월, 최대 500만원에 연이율 최고 4%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예테크족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각 지역의 상호금융별 고금리 상품 정보와 소진 여부를 공유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농협이나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각 지점, 조합이 독립된 법인이다. 예를 들어 같은 농협이라는 간판을 달고 밑에 지점 이름이 표시되어 있지만 서울에 있는 A농협과 광주의 B농협, 안산의 C농협은 모두 다른 법인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각 조합이나 금고마다 판매하는 예·적금 상품의 특징과 금리가 달라진다.

특히 지역농협은 각 지점 활성화 및 자금 융통,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위해 타 지역 고객도 가입할 수 있는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는다. 한해에 각 조합(금고)에서 하나씩만 내놓아도 3700여개의 특판 상품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의 예테크족도 온라인에서 전국을 누비고 있다 보니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본 지역을 예금 넣으러 찾아보는 중”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일러스트=조선DB

실제로 상호금융권의 수신잔액은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래 증가하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의 수신잔액(평잔)은 올해 1월 기준 906조3551억원이다. 수신잔액은 지난해 12월 2조원, 올해 1월 4조원씩 늘어 통계가 잡히지 않은 올해 2~3월에도 큰 추이로 움직였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아니라서 위험하지 않느냐는 생각은 옛말이다. 요새 예테크족은 새마을금고, 신협 등은 모두 기관별로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자보호가 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조합별로 일정 금액씩 나눠서 가입하고 있다. 상호금융만의 특혜도 있는데, 상호금융의 회원(조합원)이 되면 최대 3000만원까지 원금에 대한 이자소득세(14%)가 면제된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다. 다만 이 3000만원은 상호금융권 전체 합산이라는 점은 주의해야한다.

한편 일부 조합에서는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다가 거액의 자금이 몰려 고객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주 동경주농협은 파산이 우려된다며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재차 요청했다. 2022년 연 8.2% 고금리 적금을 판매한 동경주농협은 직원의 실수로 애초 목표인 100억원을 훨씬 넘어서 약 9000억원이 몰려 지난해에도 해지를 호소했다. 상호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농협이 실제로 파산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직원들의 복지비나 상여금도 삭감하고 어려운 경영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