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정부가 부실자산 처리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올해 1조원을 출자한다. 경기 침체 여파로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며 빚 변제를 위한 ‘새출발기금’ 신청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 2월 열린 이사회에서 새출발기금 운영에 소요되는 재원을 정부로부터 출자받기 위해 ‘자본금 증자를 위한 신주 발행’을 승인했다. 정부는 현금 5000억원을 캠코에 출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올해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현물을 출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캠코 관계자는 “이달 중순 정부로부터 현금 5000억원 중 일부를 출자받았다”며 “현물 출자 시기 및 방법은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피해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2년 10월 도입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원금을 감면하거나, 상환 기간을 늘려주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을 해준다. 대출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하며, 채무조정 한도는 1인당 최대 15억원(담보 10억원+무담보 5억원)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새출발기금 지원을 위해 출자한 자금은 1조7100억원으로, 올해 1조원 추가 지원 시 2조71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홍보 활동을 하기 위해 경기도 안양중앙시장을 방문,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채무조정 누적 신청자 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11만3897명이며, 신청 채무액은 총 18조406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여 전인 2023년 12월 말 누적 신청자가 4만6501명, 신청 채무액 7조411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각각 2배 이상 급증했다. 2023년 9월 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및 만기 연장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지난해 신청 수요가 급증했다.

정부가 새출발기금을 기존 30조원에서 올해 ‘40조원+α(알파)’로 늘리고, 신청 자격 요건을 완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처음엔 재난지원금을 수령하는 등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차주(돈 빌린 사람)만 새출발기금 신청이 가능했으나, 신청 대상은 여러 차례에 걸쳐 ‘2020년 4월부터 2024년 11월 중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로 확대됐다.

문제는 신청자가 늘수록 캠코가 떠안게 될 빚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새출발기금 출시 당시 지원하기로 한 자금은 총 3조6000억원으로, 나머진 캠코가 공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발생할 손실로 인한 부담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캠코는 채무조정을 위해 차주의 부실채권을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이는데, 채권액만큼 차주가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손실이 발생한다. 정부가 예상한 새출발기금 예상 손실률은 29.5%로, 기금 규모에 빗대면 40조원 중 12조원이 손실 처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손실을 전부 보전하긴 어려운 만큼, 결국 캠코의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캠코의 부채비율은 2022년 145.1%에서 지난해 222.2%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