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 제공

경기 침체와 고금리 직격탄으로 중소기업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기업은행(024110)이 올해 상반기에만 7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전체 합계보다 많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7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541억원에 비해 500억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연간 1조73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부실채권은 대출을 받은 개인이나 기업이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해 부실로 처리된 채권을 말한다. 은행은 부실채권 최종 손실 처리하거나 시장에 매각한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은행의 부실채권은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조19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의 3조1910억원과 비교해 31%(약 1조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으로, 통상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일러스트=손민균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합계는 3조9490억원이었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4대 은행 합계를 넘어선 것이다. 증가 속도도 4대 은행(16.6%) 대비 2배 가량 빠르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서 은행권 부실채권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주요 고객인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임원은 “내부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소상공인 폐업이 특히 늘면서 부실채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관리 가능한 수준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