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7월로 예정됐던 주택도시보증공사(HF)의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조정을 두 달 앞당기면서 하반기 은행에서 전세대출 받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7월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도 예정돼 있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는 더 강화될 예정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5월부터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조정한다. 3대 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현행 보증 비율(90%)과 일원화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은 그동안 HUG 등 보증보험기관의 보증하에 담보 없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세대출을 내줬다. 보증비율은 100%로, 임차인이 돈을 못 갚아도 HUG 등이 전부 갚아준다는 의미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은행이 손해를 볼 수 있게 돼 대출 심사가 깐깐해질 수 있다.
보증비율을 낮춘 이유는 그동안 보증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무분별한 전세대출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은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임차인은 전셋값이 올라도 부담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세대출의 높은 보증비율이 가계부채의 뇌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7월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도 시행된다. 스트레스 DSR은 금융 소비자의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로, 3단계가 시행되면 전 금융권의 총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는 1.5%포인트로 높아진다. 3단계가 적용되면 연 소득 5000만원인 금융 소비자의 대출 한도는 기존보다 최대 5000만원까지 줄어든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규제가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은행들이 자체적인 전세자금대출 규제에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급등세와 수도권 집값 급등세에 따른 당국의 관리 압박에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조건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서울에서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선순위 채권 말소·감액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다. 농협은행도 지난 21일부터 서울 지역에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막았다. 모두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방지 차원이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까지 까다로워지면서 전세를 구하려는 실수요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 등 오락가락 규제로 불똥이 전세시장으로도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실거래 규제와 은행권의 높아진 주담대 문턱 등으로 매매가 줄게 되면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임대 가격 상승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증비율이 높아지면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의 신용 등 심사를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어 대출 승인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다만 현재 은행이 문턱을 높이고 있는 전세자금대출은 대부분 갭투자를 방지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