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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순수 영업력’ 점수에서 지난해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사업 효율성을 개선하며 영업력을 키웠지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영업력은 뒷걸음쳤다. 지난해 각 은행의 비이자이익 부문 실적 차이가 효율성과 수익성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26일 각 은행이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의 충당금 적립 전 이익(충전이익)은 20조32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따져보면 지난해 국민은행의 충전이익이 5조3129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컸다. 그다음으론 신한은행(5조1551억원)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4조9648억원)과 우리은행(4조8910억원)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충전이익은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을 빼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기 전 금액을 뜻한다. 당기손익이나 영업이익이 기업의 종합적인 실적을 따지는 데 쓰인다면, 충전이익은 금융사가 순수 영업 행위로 벌어들인 이익을 측정하는 척도다. 금융사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지분을 매각해 생기는 이익과 대손충당금 적립 등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는 일회성 요인이 제외된 채 반영된다.

그래픽=정서희

지난해 은행마다 충전이익 성장 양상이 달랐고 이는 은행 간 순위를 바꿨다. 신한은행의 충전이익은 2023년 4조9144억원에서 지난해 5조1551억원으로 4.9% 늘어났다. 이 기간 우리은행은 4조3100억원에서 4조8910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반면 국민은행의 충전이익은 5조9554억원에서 5조3129억원으로 10.8%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충전이익 역시 5조6237억원에서 4조9684억원으로 11.7% 줄어들었다. 이로써 2023년 2위였던 하나은행의 순위는 지난해 3위로 내려왔다. 반면 3위였던 신한은행이 2위로 올라섰다. 우리은행의 충전이익은 아직 4위지만 하나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사업의 효율성을 따지는 영업이익경비율(CIR)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만이 개선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의 CIR은 2023년 43.2%에서 지난해 41.8%로 낮아졌다. 이 기간 우리은행은 46.8%에서 43.4%로 하락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43.2%로 현상유지에 그쳤다. 하나은행은 38.7%에서 41.3%로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에도 여전히 하나은행의 CIR 성적이 4대 은행 중 가장 좋았다. CIR은 영업이익 중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은행의 비용 투입 대비 이익 규모를 나타내는 효율성 지표다. CIR이 낮을수록 효율성이 좋다.

충전이익 및 CIR 성장·역성장을 가른 주요 요인은 비이자이익이라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각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이자 외 수입을 벌어들이는 영업 능력이 효율성과 수익성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판매, 수익증권 판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주선 등 다방면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수료가 비이자이익 증가를 견인해야 충전이익 및 CIR 지표도 개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