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금융지주와 은행이 금융 당국의 기조에 따라 내부통제를 강화하자 2금융권인 캐피탈과 보험사도 속속 내부통제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권의 핵심 과제인 내부통제 강화가 2금융권까지 확대되는 분위기인데, 과거에는 내부 절차와 프로세스를 강화했다면 최근에는 인적 쇄신과 외부 인사를 통해 위험 관리에 힘쓰려는 분위기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캐피탈은 최근 정관변경을 통해 내부통제 위원회를 신설하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홍보부장을 역임한 박상배 사외이사를 내부통제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통제의 기본방침과 전략 등을 수립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산 규모 16조원으로 업계 3위인 KB캐피탈은 지난해 말부터 조직개편과 함께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자산규모 18조원의 하나캐피탈도 연말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금융 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정수진, 이동환 사외이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두 후보는 오는 24일 정기주총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규범 개정의 주 내용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것으로, KB캐피탈과 하나캐피탈 외에도 OK캐피탈, NH농협캐피탈, 한국캐피탈 등 대부분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은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관(官) 출신’ 구윤철 서울대 특임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구 이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2020~2022년)을 지냈고 기획재정부에서 2차관을 역임했다.

한화생명 역시 통계청장을 역임한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며 두 회사 모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내부통제와 함께 이를 이끌 관 출신 인사가 나고 있는데, 정권교체 가능성과 올해 예정된 각종 정책변화와 규제리스크 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뉴스1

업계에서는 내부통제를 올해 중점으로 삼은 금융 당국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 11일 은행 감독의 키워드로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를 꼽았는데, 다음으로는 2금융권에 대한 주문으로 이어질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메리츠캐피탈은 상품개발과 판매, 성과보상체계 운영과 관련해 소비자보호체계가 미흡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종합등급 ‘취약’을 받으면서 지적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영향도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안은 금융권 중류에 따라 차례로 시행될 예정이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보험사는 올해 7월까지,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의 보험사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여신전문업체는 내년 7월까지, 나머지 금융회사들은 내후년인 2027년 7월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책무를 담당한 임원이 책임을 지도록 금융사의 전반적인 내부통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해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은행권에서도 금감원 등 경제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 적극 나섰는데 올해는 2금융권의 차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실적 개선보다도 내부 경영에 신경을 쓰자는 기조가 업계 전반에 깔려있는 듯 하다”며 “특히 예전에는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해 프로세스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인적 자원 관점에서 접근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