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킥스)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는 가이드라인 적용과 보험부채 할인율 등 회계제도가 변한 데다 금리 인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낮게 설정해야 하고, 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더 쌓아둬야 한다. 이로 인해 보험부채가 늘면서 분자인 가용자본이 감소해 킥스 비율이 내려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보험부채가 늘면서 킥스 비율이 내려간다. 보험 상품은 만기가 길기 때문에 금리에 더 민감하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만기가 긴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킥스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내려가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킥스 비율이 25~3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늘려 킥스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규모는 8조6550억원으로, 전년(3조1540억원) 대비 1.7배 증가했다. 한화손해보험과 DB생명보험은 올해 들어 후순위채를 각각 5000억원과 3000억원 발행했다. 동양생명은 자본성 증권 7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52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킥스 비율은 206.8%로 전년보다 44%포인트 하락했다. KB손해보험의 킥스 비율은 지난해 188.1%로 전년보다 27.8%포인트 줄었고, KB라이프생명도 같은 기간 64.5%포인트 줄어든 265.3%를 기록했다. 금융 당국은 킥스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200%가 넘지 못하면 배당도 불가능하다.
특히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킥스 비율도 하락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킥스 비율이 200% 미만으로 떨어졌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164.1%, 170.1%를 기록했다. 경과조치가 지나도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지 못하는 보험사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발행해 이자비용만 늘어날 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서 부담이 증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이 킥스 비율을 방어하는 데 분명한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 상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현재로선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인다”라며 “킥스 비율은 결국 보험사가 관리해야 하는 지표여서 과도기가 지나면 신뢰성을 찾아갈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