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 문제는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사회 문제다. 그럼에도 아직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은 여전히 활개 치고 있고, 수법은 점조직·비대면화되며 더 악랄해지고 있다.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 위해선 정확한 원인 분석부터 필요하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사금융이 판치는 근본적인 원인 세 가지를 분석해 봤다.
① 쪼그라든 ‘서민 최후의 보루’ 대부업
대부업권의 위축은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대부업권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고금리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업황이 악화돼 자금 공급 기능이 위축됐다. 법정 최고금리는 2021년 연 24%에서 20%로 인하됐다. 대부업체가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최고금리는 낮아졌는데, 고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이익이 남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인 대부업체가 늘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통해 대부업체들의 신용 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은 2022년 9월 10조3453억원에서 지난해 9월 8조594억원으로 약 22% 줄었다. 이 기간 새로 대출을 내준 대부 업체 수도 59곳에서 37곳으로 감소했다.
연체율도 상승하며 영업 환경은 나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자 연체율(원리금 연체 30일 이상)은 지난해 말(12.6%)보다 0.5%포인트 상승한 13.1%로 나타났다. 2010년 대부업체 연체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연체율이 2021년 말 6.1%, 2022년 말 7.3%이던 것과 비교해 약 2년 만에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다. 업황 악화로 결국 문을 닫는 대부업체는 늘고 있다. 전체 등록 대부업자 수는 8437개로 지난해 말보다 160곳 줄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저신용 저소득 금융 소비자들의 자금 수요는 줄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제도권에서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부업 시장까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보니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불법인지 몰랐다”… 인지 부족 심각
금융지식이 부족한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돈을 빌리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조선비즈가 인터뷰한 불법 사금융 피해자 다수는 “불법인지 몰랐다”고 답했고, 자신도 모르게 불법 사채업자에게 빨려 들어갔다. A씨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인지 몰랐다”며 “돈을 제때 갚지 않았기 때문에 벌금처럼 계속 이자를 내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고 했다.
영업이 어려워진 대부업체들이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금융 소비자를 혼동시키고 있는 점도 문제다. B씨는 “포털사이트 상단에 걸린 대부업 중개 사이트에 대출 문의를 남겼고, 당연히 합법적인 등록 대부업체에서 연락이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대출을 받기 전까진 불법 사금융인 줄 몰랐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전국에 8000개가 넘는 대부업체를 관리할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최고금리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활성화 정책은 없고 옥죄는 정책만 하고 있다”면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제도권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제도권과 불법을 넘나들면서 영업을 하는 곳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③ 접근 쉬운 불법사금융… 합법 긴급 대출은 어려워
접근성 문제도 있다.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에는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합법적인 금융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사금융은 인터넷 포털 등에 뜨는 광고 한 번만 클릭하면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받는 대출이 수십만원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금리는 엄청나다”고 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역시 “불법 사금융에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게 대출에 대한 경각심을 없애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라며 “피해자 대다수가 은행권 대출이 가능한 경계선에 있는 이들인데, 구제 방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피해자들이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불법 사금융을 차단하려면 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이용 가능한 금융 대체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극저신용자를 위한 정책 금융 상품의 재원이 부족하고, 신청 과정이 복잡해 많은 서민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 방지를 위해 연체 등의 이유로 정책 금융 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를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공급 규모는 지난해 2800억원에서 올해 1700억원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를 하더라도 서민들을 위해 소액 대출을 해주는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역할과 재원 등을 늘려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