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뽑는 선거 레이스가 시작됐다. 올해 선거는 지역 금고 조합원들이 이사장을 직접 뽑는 첫 선거다.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직접선거가 금고 혁신의 첫 단추가 되기를 기원하며 준비 과정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사장 직선제가 새마을금고를 혁신하기에는 미약한 처방이라고 지역 금고 직원들은 평가한다.
31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3월 5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2월 17일까지 받는다. 행안부와 중앙회는 이번 선거 전체 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다. 올해 선거는 금고 설립 후 일반 조합원들이 이사장 선출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첫 선거다. 지금까지 이사장 선출은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 방식으로 이뤄졌다. 과거 이사장 후보들은 금고별 100여명 대의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금전 살포도 불사하곤 했다. 반면 투표권이 없는 조합원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국회는 지난 2021년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고 직선제 의무화를 도입했다. 이사장 부정 선출을 막고 조합원 의견이 금고 경영에 투명하게 반영되게 유도하는 게 직선제 도입 취지다. 그러나 올해 모든 금고에서 직선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총자산 평균 잔액이 2000억원 이상인 금고 543개는 직선제로 이사장을 뽑지만 나머지 574개 금고는 총회선출 및 대의원 투표 등 여전히 간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다.
일부 지역 금고에선 여전히 금권선거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선관위는 예비후보자 등록 이후 부산에서 대의원 대상 식사를 제공하고 금품을 약속한 이를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다. 한 지역 소규모 금고에 일하는 직원은 “여전히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이들이 대의원들 포섭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며 “과거랑 달라진 점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 금고들은 직선제를 실시하지만 이곳에 새로운 피가 수혈될 것이란 기대는 저조하다. 새마을금고법 시행령상 이사장이 되려면 ▲금고 임원으로 6년 이상 근무 ▲중앙회 혹은 금고 상근직 10년 이상 근무 ▲금융 관련 기관 공무원 10년 이상 근무 ▲금융위원회 피감 금융사 10년 이상 근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요건만 보면 은행에서 10년 이상 일한 전문 금융인도 지역 금고 이사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 상위법인 새마을금고법엔 이사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가 2년 이상 된 금고 출자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제한을 뒀다. 지역 협동조합인 금고의 성격을 고려한 조항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금융 관련 역량이 좋은 외부 인재를 막는 문턱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선 ‘이번 선거에도 고인물 이사장 당선이 예견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 방식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적합한 인물을 뽑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창훈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주도 아래 상시로 이사장 후보군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공개한다면 투표권이 누구에게 있든 선거 결과를 객관적인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에 금융권 경력 및 출신 지역 정보 등이 담긴다면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금융 전문성과 지역 밀착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