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미국보다 앞서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했으나 여전히 기관 투자자들은 이더리움 투자를 외면하는 중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선 글로벌 금융·경제에 미치는 홍콩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데다 미국이 이더리움 포용을 주저해 기관 투심이 돌아서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한 주간 이더리움 펀드 거래량은 3억3079만좌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거래량(3억9761만좌)보다 6682만좌 줄어든 수치다. 이더리움 펀드는 이더리움 가격을 기초 지수로 하는 투자상품이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출시한 이더리움 신탁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펀드들의 거래량은 기관 투자자의 이더리움 투자 규모를 측정하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현재 이더리움은 글로벌 제도권 경제 영역에 발을 일부만 걸친 상태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올해 1월부터 미국에서 거래된 것과 달리 아직 미국 내 이더리움 현물 ETF는 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와중에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비트코인과 더불어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승인했다. 홍콩이 미국보다 한발 앞서 이더리움을 제도권 금융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홍콩 SFC의 ETF 승인 결정을 전후로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하는 전망이 가상자산 시장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규제 당국의 가상자산 ETF 승인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자산으로 인정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올해 1월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자 비트코인 펀드 일일 거래량은 전날 대비 8배로 수직 상승했다. 당시 SEC의 결정은 이더리움 기관 투자자들 마음 일부를 움직이기도 했다. 1월 9일 6500만좌였던 이더리움 펀드 거래량은 다음 날 1억4300만좌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홍콩의 ETF 승인 만으론 기관 투자자의 이더리움 투자 외면을 뒤집을 수 없었다. 기관 투자자의 이더리움 투자 수요를 나타내는 이더리움 펀드 프리미엄 지수는 연초 마이너스(-) 12.96으로 시작해 22일 기준 -21.63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펀드 프리미엄 지수는 -7.59로 출발해 1.34까지 회복했다. 펀드 프리미엄 숫자가 높을수록 기관 투자자의 해당 가상자산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홍콩 당국의 ETF 승인 단일 뉴스가 글로벌 기업의 투심을 바꾸기엔 부족했다고 분석한다. 홍콩의 가상자산 시장 영향력이 작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현지에선 SEC가 올해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반려할 것이란 관측도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 당국이 이른 시일 안에 이더리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동안 기관 자금이 이더리움에 흘러 들어가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포필러스의 김남웅 대표는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상장되지 않는 한, 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이더리움 투자 방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이더리움 가치를 호평하는 것과 별개로 SEC가 현물 ETF를 승인해 줘야 기관 투자자들도 마음을 열고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