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 모습. /뉴스1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올해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연다. 싱가포르, 미국 뉴욕에 이어 세 번째 해외 진출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은 올해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개소하는 내용의 업무 계획을 세웠다. 주금공 관계자는 “올해 런던에 진출할 계획이다”라며 “해외 자금 조달을 위해 현지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차원이다”라고 했다. 주금공은 2021년 12월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12월엔 미국 뉴욕에 진출했다.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개소하면 주금공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3대 거점으로 꼽히는 지역에 모두 진출하게 된다.

주금공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저금리로 빌린 돈은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공급에 쓰인다. 지난해 60조원에 육박했던 정책 모기지 공급액이 올해 40조원으로 줄었으나, 주금공이 은행권으로부터 매입해야 할 특례보금자리론 채권이 상당 부분 남아 있어 올해도 원활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된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나간 돈은 43조원가량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은행이 심사 후 대출을 시행하면 주금공이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또 국내 채권시장에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공공기관 채권이 대량 발행되면 국내 민간 기업들은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금공이 발행하는 MBS(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는 신용등급 AAA급인 최우량 채권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회사채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공기관에 적극적인 해외채 발행을 주문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2월 “국내 채권시장이 경색되지 않도록 해외에서 MBS를 발행하겠다”고 했다.

주금공은 올해에도 해외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와 해외 공사채를 적극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며, 해외 공사채는 신용(무담보)을 기반으로 한다. 주금공은 지난해 처음으로 총 20억달러 규모의 해외 공사채를 발행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올해에도 해외 공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라고 했다.

주금공은 또 런던 진출을 통해 유럽 시장을 개척, 시중은행의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서 특히 활성화된 커버드본드는 만기가 통상 5년 이상이며 금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장기·고정금리 대출 공급을 보다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유로화 커버드본드의 경우 2018년 주금공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적극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금공이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해외 발행시장에서 입지를 돈독히 다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해외 발행 시장에서 최근 주금공의 입지가 크게 공고해졌다”며 “채권 발행량이 늘며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