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민정(31)씨는 다가올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연말정산 결과 세금 환급은 고사하고 재작년에는 100만원을, 지난해에는 120만원 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세금을 토해내는 경우를 피하고 이른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환급금을 챙기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법 테두리 안에서 절세 혜택을 챙기는 ‘세(稅)테크 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은행과 보험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세테크 상품으로 보장성 보험과 연금저축(보험·펀드·신탁), 개인퇴직연금(IRP) 등을 추천한다.
김현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은 “비과세·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이 있는 금융 상품부터 먼저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진형 KB WM스타자문단 수석 전문위원은 “연금저축 납입액, 퇴직연금 납입액을 700만원 한도로 꽉 채워 납입액의 13.2%~16.5%를 돌려받는 전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RP와 연금저축 두 계좌에 돈을 넣을 수 있는 연간 한도는 총 1800만원이다. 최대 700만원까지만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700만원을 해당 금융 상품에 저축했다면 납부 금액의 최대 16.5%(115만5000원)를 환급 받게 된다.
◇ 보장성 보험 가입하면 연간 최대 12만원 환급
종신보험, 자동차보험, 상해·질병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직장인(근로자)은 연말정산 시 연간 납입보험료 100만원 한도 내에서 12%(지방소득세 포함 시 13.2%)의 특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말정산을 통해 최대 12만원(지방소득세 포함 시 13만2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양 가족을 위해 본인이 대신 낸 보험료에 대해서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 부양가족을 피보험자로 등록해야 하고 부양가족의 나이와 소득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배우자의 나이 제한은 없다. 부모인 경우 만 60세 이상, 자녀는 20세 이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부양가족 연 소득이 100만원(근로소득만 있을 경우 총급여 500만원)을 넘지 않아야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 전용 보장성보험 상품의 경우 납입보험료 100만원 한도에 대한 15%(지방소득세 포함 시 16.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 연금저축으로 노후대비+세액공제 효과 누릴 수 있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은 매년 세액공제를 받아 절세 혜택을 챙기고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꼽힌다. 현재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쳐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 은행이 판매하는 ‘연금저축신탁’,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 등이 모두 연금저축 상품이다. 연금저축은 최소 5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 매년 연말정산·종합소득신고 시에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고, 만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하는 구조다.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는 400만원이다. 50세 이상 연금저축 가입자에 대해서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만 한시적으로 연금저축 세액공제 납입한도를 600만원까지 적용하고 있다.
50세 미만으로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경우 납부금액의 16.5%의 공제율을 적용한다. 총 급여 5500만원 초과 시에는 공제율 13.2%를 적용한다. 종합소득 1억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 급여액 1억2000만원)을 넘는 경우 연간 한도는 300만원이다.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본인이 가입한 연금저축보험에 연간 400만원을 납입했다면 66만원(400만원X16.5%)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총 급여가 5500만원이 넘는다면 13.2%의 공제율이 적용돼 이번 연말정산에서 52만8000원의 세금 환급을 받는다.
만약 연말까지 납입 한도를 다 채우지 못했다면 한번에 추가 납입해 연말까지 한도를 채워도 된다. 단, 가입 후 5년 이내에 해지하면 세액공제액의 16.5%를 기타소득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만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해야 손실 없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라 연금저축의 연간 세액공제 한도를 기존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200만원 늘렸다.
◇ “개인 퇴직연금(IRP)으로 더 똘똘하게”
30대 직장인 전 모씨는 “IRP를 통해 매월 30만원씩 미국과 한국 주식에 투자해왔는데 시장이 최근 부진해 지난달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 10%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20년은 더 굴려 유지해야 하는 상품이다 보니, 단기 손실률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조정 시기를 거쳐 장기적으로는 복리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근로자와 개인사업자, 퇴직금수령(예정)자 등 개인이 직접 가입하는 IRP도 연금저축과 함께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면서 노후 자금을 준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IRP는 퇴직금이나 여유자금을 예·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등 금융 상품에 넣어 운용하다 55세 이후 연금을 받게 되는 구조다. 이직을 하더라도 IRP 계좌에 퇴직 급여를 계속 적립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소득에 따라 공제율이 다른데, IRP는 최대 700만원까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IRP와 연금저축이 모두 있다면 납입 한도와 세액공제 한도는 합산돼 적용된다.
세금 납부를 연기하는 ‘과세이연’을 통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점도 IRP의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 상품에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에는 15.4%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는데, IRP를 통해 얻는 소득은 향후 3.3~3.5% 수준의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돼 수령 시점에 과세된다.
다만, IRP는 사회적 재난, 6개월 이상의 요양, 개인 회생 및 파산, 주택 자금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중도 인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IRP를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세액공제를 받았던 적립금은 물론 운용 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도 물어야 한다.
내년부터 연금저축 연간 세액공제 한도가 600만원으로 늘어나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매년 총 900만원에 대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개인형 IRP 적립액은 46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1% 늘었다.
◇ ISA로 최대 400만원 비과세 혜택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개인종합 자산관리 계좌)도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55세 이후까지 유지해야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연금저축과 IRP에 비해 이 상품은 의무 가입 기간이 3년에 불과해 당장 절세 효과를 보는 데는 더 유용하다는 평가도 있다.
ISA는 매년 최대 2000만원씩 5년 동안 최대 1억원 한도로 납입할 수 있다. ISA에서 발생한 순이익은 200만원까지 세금을 물지 않는다. 서민·농어민형 ISA의 경우 최대 400만원까지 비과세다. 한도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9.9%의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만기가 도래한 ISA 자금을 60일 이내에 IRP 계좌로 옮기면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 IRP로 700만원의 세액공제 한도를 전부 썼다면 ISA 만기 자금 300만원을 IRP로 넘겨 최대 10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ISA에서 투자한 국내 상장 주식이나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 발생한 소득은 전액 비과세 된다.
◇ 청약통장에 매달 20만원씩 넣으면 연간 96만원 소득공제
연간 급여액 7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라면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에 가입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소득공제 혜택도 얻을 수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연간 240만원 한도 안에서 저축한 금액의 40%, 최대 96만원까지 공제를 받는다.
만약 과세표준이 1200만~4600만원인 직장인이 매월 20만원씩 1년간 240만원을 청약통장에 저축했다면, 96만원(240만원의 40%)에 대한 세율 15%이 적용돼 14만4000원을 돌려받게 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15만8400원(16.5%)이다.
단, 과세 연도에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 세대주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우자, 자녀, 부모님 등 세대원이 같이 거주할 경우 이 중 한 명이라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중소기업 취업자의 경우 만 15~34세 이하인 청년, 60세 이상 또는 장애인, 경력 단절 여성은 취업일로부터 3년간, 청년은 5년간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세의 70%, 청년은 90%까지 세금을 감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