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최대 3년 연장된다. 기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차주의 대출 상환을 무조건 미뤄주는 ‘깜깜이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파악해 채무를 이행하거나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 금융권의 부실 위험을 줄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일괄적으로 적용되던 만기연장을 금융권 자율협약으로 전환하고 최대 3년간 만기연장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만기연장 조치 이용 차주는 2025년 9월까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만기연장 기간이 종료되면 추가 연장 여부는 금융권이 스스로 결정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0년 4월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도입하고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했다. 전 금융권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규모는 올해 6월 말까지 362조4000억원이다. 현재 이 제도를 이용 중인 차주는 57만명이며, 규모는 141조원이다.
상환유예는 내년 9월까지 1년 더 연장됐다. 이번 상환유예는 차주별로 최대 1년의 상환유예 기간을 부여하지 않고, 내년 9월에 상환유예 기간이 일괄 종료된다. 예를 들어 내년 6월 상환 유예기한이 도래한 차주는 3개월의 추가 기간만 부여되는 식이다.
금융위는 상환유예 조치가 단순히 부실을 나중으로 미뤄두는 ‘이연 조치’가 되지 않도록 상환능력 평가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환유예 차주는 내년 3월까지 금융회사와 협의해 유예기간 종료 이후 상환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상환계획을 내지 못한 부실 차주는 채무조정제도인 ‘새출발기금’을 이용해 상환부담을 조정할 수 있다. 상환유예 조치를 이용 중인 차주는 연체 없이도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수 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조치는 과거 4차례의 ‘임시조치의 단순연장’이 아닌, ‘임시조치의 연착륙’에 중점을 뒀다”며 “차주에 충분한 위기대응 시간을 부여하면서도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만기연장 차주의 경우 부실위험이 낮아 일괄적 만기연장에서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른 관리체계로 전환해 금융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했다”며 “상환유예는 차주의 상황에 따른 부실관리를 할 수 있게 해 근본적 연착륙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1~4차 만기연장과 같은 방식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다들 인식하였기에 지난 5월 국회에서 추경을 통해 125조원 규모의 민생안정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새출발기금도 만들었다”며 “이번 조치는 새출발기금 등과 연계해 자영업자·중소기업 뿐 아니라 금융권의 연착륙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곧바로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두 프로그램의 운영 기간을 맞춘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연장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부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환능력 없는 부실 차주에 대한 리스크만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상황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갑작스럽게 종료된다면 오히려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의 연쇄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일축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일시적 부실 급증, 부실 전이 등에 따라 금융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자영업자·중소기업에게 보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재연장은 없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5년 9월 이후 개별 금융기관이 개별 차주의 건전성 등을 감안해 시장기능에 따라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 방식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상환유예의 경우에도 내년 9월 이전에 정상상환계획을 마련하거나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의 지원을 받을 것인 만큼 종료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