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금융 시장에서 대출과 예금 행태가 바뀌고 있다. 일정 기간 대출 금리 인상 폭을 제한하는 금리상한대출이 급증하고, 정기 예금과 적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한 주간 집행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건수는 80건, 취급액은 약 1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은행이 지난해 7월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1년간 취급한 금리상한형 주담대 실적(51건, 약 93억원)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신한은행도 지난 13일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산금리를 1년간 면제하기로 한 후 21일까지 총 22건, 약 51억원을 대출했다. 이 역시 앞서 지난 1년간 실적(9건, 약 12억3천만원)의 2∼4배로 급증한 규모다.
금리상한형 대출이 급증한 것은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 올 연말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대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혜택을 강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은행들은 금리상승 제한 폭을 기존 연 0.75%포인트(p)에서 최저 0.45%포인트까지 낮추거나, 가입 비용으로 대출금리에 붙던 가산금리 0.15∼0.2%포인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예금) 금리도 오르면서 정기 예·적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한은이 지난 13일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중 은행들도 정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90%포인트까지 인상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농협은행은 20일 기준) 704조4484억원으로 지난 6월 말보다 19조3525억원 늘었다. 정기 적금 잔액은 37조9634억원으로 같은 기간 4991억원 증가했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돼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들의 가치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한 예금과 적금 가입을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