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여당의 ‘이자장사’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를 지원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초 ‘취약 차주(대출자) 프로그램’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6월 말 기준 연 5%를 초과하는 대출자의 경우 다른 조건 없이 금리를 연 5%로 1년간 일괄 감면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주담대 금리가 연 6%인 대출자의 경우 1년간 연 5%만 부담하고, 나머지 1%는 은행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의 이번 조치를 두고 금융권에선 파격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시중은행에서 신용도 평가 등 별다른 조건 없이 금리를 일괄적으로 깎아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도 일종의 대출 금리 상한선을 제시한 신한은행의 조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4대 은행 가운데 나머지 KB국민·하나·우리은행 역시 “금리 상승기에 취약 차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앞서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3, 4월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저신용 고객에게도 우대금리를 확대 적용해 한때 연 7%를 넘어섰던 고정형 주담대 최고 금리를 연 6%대로 내렸다.
은행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예대금리차 축소 압박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을 만나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 확대 등으로 주요 은행과 금융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도 순이익이 8조979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상반기(8조910억원)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예대금리차가 2.37%로 7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자 “은행들이 지나치게 이익을 챙긴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됐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달 연 7%를 넘어섰다. 대출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가산 금리-우대 금리’로 산출된다.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대 금리를 폐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높은 이익을 거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고통을 은행이 분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은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속 자본 조달 평균 금리가 오르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와 당국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들은 결국 관치금융이라는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