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적금 금리가 연 0~1%대에 그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과 오픈뱅킹 시장에서 겨뤄야 하는 저축은행들이 금리가 최고 10%에 달하는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금융 소비자 확보에 나섰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시중은행들과 직접 경쟁이 가능해졌으니 금리가 높은 특판 상품을 내세워 금융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16개사는 오픈뱅킹 출범에 맞춰 최대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내놨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을 통해 은행·증권·핀테크 등 다른 금융회사에 있는 본인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은행·저축은행·핀테크 기업·상호금융·우체국·증권사를 포함한 금융기관 대부분이 이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저축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저축은행 통합 어플리케이션(앱)인 ‘SB톡톡플러스’에서 오픈뱅킹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이 상품은 월 최대 1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만기는 1년이다. 10만원씩 1년 동안 총 120만원을 넣으면 세금을 떼고 최소 약 5만원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 가입기한은 7월 2일까지로 한 달 보름에 그친다.
다만 최고 금리인 10% 금리를 적용받으려면 정기적금 가입과 만기 유지, 제휴 롯데카드(아임원더풀·아임그레잇) 신청, 3개월간 누적 30만원 이상 이용 같은 부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참여사는 IBK, 고려, 대백, 더케이, 동원제일, 드림, 머스트삼일, 민국, 예가람, 오성, 우리, 조흥, 진주, 키움, 키움예스, 평택 같은 중소형 저축은행이 대부분이다. 기본·우대금리 적용 수준은 각 저축은행별로 차이가 있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오픈뱅킹으로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 경계가 무너지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예금자 보호가 한정적인 저축은행이 열세에 놓이기 때문에 고금리 특판을 통해 락인(Lock-in) 효과를 이끌어 내려하는 것”이라며 “시중 자금이 저축은행 업계로 몰리면서 역(逆)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고금리 특판을 내세웠다는 것은 그만큼 저축은행들이 충성도 높은 금융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보유한 수신액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여신액을 넘어선 상태다. 수신액은 금융 소비자들이 이자 수익을 위해 저축은행에 맡긴 예금을, 여신액은 저축은행이 금융 소비자들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의미한다. 올해 1월 들어 저축은행 수신액(80조9705억원)은 여신액(79조2587억원)을 추월했다. 2월에는 수신액(83조2645억원)과 여신액(80조5412억원) 격차가 약 2조7000억원으로 더 벌어졌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벌어들이는 대출 이자보다 지급해야 할 예금 부담이 덜하도록 잔액을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오픈뱅킹이라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1금융권과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더 높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일단 금융 소비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모바일뱅킹 앱을 운영하는 대형 저축은행들도 특판 행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평소 특판은 추석 명절을 앞둔 8~9월과 유동성 규제 기준에 맞춰야 하는 12월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했다”며 “5월이 딱히 특판 시즌이 아님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자사 모바일 플랫폼(모바일뱅킹 2.0) 오픈뱅킹 사용자들을 겨냥해 최고 6%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적립식 적금을 최근 내놨다. 월 납입액은 최대 20만원까지로, 만기는 1년이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2.5%에 잔액모으기 기능을 통해 불입횟수가 6회를 넘어가면 1.5% 우대금리를 주고, 적금 만기 유지와 마케팅 안내에 동의하면 추가로 금리 2%를 더 얹어준다.
이 밖에도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20일 최고 4% 금리 적금 상품을 출시했고,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인 KB저축은행 역시 오픈뱅킹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1만명에게 최대 연 4% 금리(기본금리 1.5%)를 주는 ‘골드키위적금’을 선보였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수신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금리 노마드족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는 만큼 이번에 선보인 저축은행 특판 상품들이 무난히 ‘완판’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시중은행을 포함해 저축성 수신상품 금리는 0.86% 수준으로 지난해 5월 이후 1%를 밑도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