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이어 환율을 무기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과 중국이 통화 가치를 낮추면 미국이 손해”라는 발언 역시 이 분석에 힘을 싣는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예고대로 관세를 강행한 ‘스트롱맨’인 만큼 압박 수단으로 환율을 건드릴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지만, 달러의 가치는 급락했다. 한 달 전만 해도 1달러당 152.61엔이었는데 최근 149.31엔으로 내렸다. 과거엔 1달러의 가치가 150엔 이상이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3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엔화든 중국 위안화든 그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트리면 미국은 매우 불공평한 불이익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타국의 통화 약세 정책에 대해 아주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며 그 답은 ‘관세’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환율이 나온 것 자체에 대해서도 증권가는 주목하고 있다.

앞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 상대를 평가하면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자국 기업 지원, 미국 IT 대기업을 향한 소송 등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제2의 플라자합의와 같은 달러 관련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플라자합의란 1985년 미국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일본·독일·영국·프랑스와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로,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골자다.

40년 전 플라자합의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이 환율 조작으로 문제 삼을 것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4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통화 약세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환율에 대해서는 가토 재무상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계속해서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달러의 가치가 타국의 통화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미국 경제에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달러 약세 국면에선 미국 내 수입 제품의 가격이 올라 물가를 잡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국 입장에서 달러의 약세는 금융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 또 달러 가치 급락이 미국 국채 매도로 이어질 경우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미국에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엔화 발언에 즉각적으로 화답하는 것에서 보듯이 관세로만 압박할 수 없는 국가에 대해선 통화 가치 절상 압박을 또 다른 협상 수단으로 사용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의 약세를 원하기보단 통화 가치 절상 압박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 재유입되도록 유도할 여지가 커 보인다”며 “(정책의) 예측이 쉽지 않아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도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