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본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즉각 반응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지켜보고 있으면 왜 그가 그토록 기를 쓰고 재집권을 노렸는지 알 것도 같다.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기분은 어떨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최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 예산 삭감이 화제가 됐다. 향후 5년간 매년 8%씩 삭감된 예산안을 작성토록 한 것이 골자다. 주요 감축 대상 키워드는 과도한 관료주의, 유럽·중동 군사 사령부, 일부 무기 시스템 등이다.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버지니아급 잠수함, 항공 유무인 복합체계, 수상함, 사이버보안, 탄약, 방공 미사일 등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예산안의 실제 수용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 정책 기조는 알 수 있다. 유럽과 중동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국방력 강화에 나서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유럽 주요 국가는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스타머 총리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3%인 국방비 지출을 2027년까지 2.5%로 늘리겠다고 했고, 독일 차기 총리가 유력한 메르츠 대표는 2000억유로 규모의 특별 방위비 기금 편성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덴마크도 재무장 선언과 함께 10조원 규모의 방위비를 추가 편성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상황이 국내 방위산업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럽의 산업 역량만으로는 방위산업 공급망의 신속한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LS증권은 유럽 국가들이 선택지 중 하나로 한국 방위산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유럽 내 기업과 협력적 생산시설 구축을 완료하면서 역내 생산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방위비 증액 기조에 따라 유럽 업체의 공급이 유럽 내부에 더욱 집중될 것이고, 이로 인해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 내 경쟁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국 방위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또 “기존에 무기체계를 판매한 이력이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추가 수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경우 한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추가 수출을 타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