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상장사들이 일제히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발표한다. 사업보고서란 1년간 있었던 영업과 재무 활동 결과를 주주에게 설명하는 자료다. 이 보고서에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의 의견도 포함돼 있어 투자를 결정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사업보고서에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첫째는 감사의견이다. 감사의견이란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 회사의 재무제표가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돼 있는지 밝히는 항목이다. 감사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4가지로 나뉜다. 감사의견은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작성됐는지 판단하는 것이라 경영 성과와 재무건전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적정’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테라사이언스가 지난해 3월 제출한 2023 사업보고서에 감사의견 '의견 거절'이 표기돼 있다./그래픽=정서희

다만 비적정(한정·부적정·의견)은 경계해야 한다. 금속제조업체 테라사이언스(073640)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의견 거절’을 받았다.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감사의견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연결회사의 투자, 대여 등의 자금 거래에 대해 거래의 타당성과 회계 처리의 적정성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테라사이언스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외부감사인에게 회계 자료도 제출하지 않는 상장사가 투명하게 경영할 리 만무하다. 최근 5년(2020~2024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결산 관련 사유로 퇴출된 상장사 중 91%의 사유가 ‘감사의견 비적정’이다.

사업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두 번째 포인트는 핵심 감사사항이다. 핵심 감사사항은 감사인이 회사의 지배기구(감사위원회)와 협의한 후 선정한 재무제표 감사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감사 위험이 높은 분야나, 경영진 판단이 수반되는 추정치, 유의적인 거래나 사건 등이 주로 선정된다. 핵심 감사사항으로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 성과를 분석할 때 주의해서 살펴야 할 회사의 중요한 회계 이슈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제출한 2023 사업보고서에 핵심 감사사항이 표기돼 있다./그래픽=정서희

지난해 삼성전자(005930)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핵심 감사사항으로 ▲메모리 반도체 재고자산 순실현가치 평가 ▲재화와 판매장려 활동에 대한 매출 차감의 정확성과 완전성이 꼽혔다. 핵심 감사사항과 관련된 내용은 재무제표 주석에도 기재돼 참조하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다만 핵심 감사사항이 많다고 해서 회사의 경영 위험이 높거나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세 번째는 ‘계속기업 불확실성’ 기재 여부다. 계속 기업 관련 불확실성은 재무제표 작성의 기본 전제인 계속기업 가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주로 유동자금 부족이나 자본잠식이다. 금융감독원은 감사 의견이 적정이라도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회사는 피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다만 계속기업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해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마지막은 포인트는 강조사항이다. 강조사항은 감사의견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재무제표에 표시된 사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강조사항에선 주로 ▲특수관계자 등 중요한 거래 ▲합병 등 영업환경과 지배구조 변화 ▲회계정책의 변경 ▲소송 등 중대한 불확실성 등이 언급된다.

강조사항은 향후 회사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담겨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회사가 현재 노출돼 있는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 강조사항 역시 관련 내용이 재무제표 주석이 기재돼 주석과 함께 보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