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5일 코스피시장에서 6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이다가도 지난해 10월 4일과 11월 4일, 12월 3일, 올해 1월 6일에는 ‘사자’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같은 날 상승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날들은 모두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하고 그다음 거래일이다. ISM은 매달 400여개 기업의 구매·공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제조업 PMI를 발표한다. 제조업 PMI가 기준인 50보다 낮으면 업황 위축을, 높으면 확장을 의미한다.

ISM의 제조업 PMI는 지난해 10월 치(11월 발표) 46.5를 저점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나온 2월 제조업 PMI는 50.9로 나와 시장 예측치(49.3)를 웃돌았다. 50을 넘은 것도 지난해 3월 치(4월 발표) 이후 처음이다.

KB증권 보고서 캡처

미국 제조업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외국인은 왜 한국 주식을 살까. ISM의 제조업 PMI가 한국 수출, 특히 반도체 업황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 기업이 업황 확장 국면으로 평가하고 신규 주문·생산 등을 늘리는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도 증가한다. 제조업 PMI가 보통 1~2개월 먼저 움직이면 한국 수출 증가율과 반도체 업종 주당순이익(EPS)이 따라간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ISM의 제조업 PMI 조사 대상 기업 대부분이 B2C(기업 대 소비자) 기업으로, PMI 상승은 B2C 업황의 반등을 뜻한다”며 “PC와 같은 내구소비재와 관련이 깊은 범용 반도체에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또 “최근 ISM 제조업 PMI의 세부지표를 보면 신규 주문과 수출 주문이 급등한 가운데 재고는 오히려 줄었다”며 “상반기에 재고 축적(Restocking) 수요가 있을 것이란 뜻”이라고 했다.

ISM의 제조업 PMI가 상승 곡선을 이어갈 수 있다면 외국인의 삼성전자(005930) ‘팔자’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2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물론 ISM의 제조업 PMI만으로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길 기대할 수는 없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가성비 AI 모델을 선보인 뒤 AI 관련 투자가 생각만큼 클지 걱정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는 ‘관세 전쟁’도 불안 요소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ISM의 제조업 PMI 세부 지표 중 가격이 54.9까지 추가 상승한 점도 물가 측면에선 부담일 수 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재화 물가의 상방 압력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 부담”이라며 “기업 설문조사에서도 화학 제품과 철강을 중심으로 자재 비용 압박이 언급됐다”고 했다.

방향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의 매수세와 반도체 업황이 코스피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매달 초 나오는 ISM의 제조업 PMI를 확인해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