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하면서 ‘스트롱맨’ 시대도 막을 올릴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를 줄곧 말해왔던 터라 자금 역시 미국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회는 모두가 생각하는 방향의 반대에 있기도 하다. 증권가에선 인도와 중국에 주목할 때라는 조언이 나왔다.
16일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 증시의 핵심 테마는 트럼프 리스크다. 테마가 명백하면 전략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다”며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반사 이익을 얻을 전략을 추구하면 된다”고 했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 미국이 성장하던 중국을 견제했던 만큼 이같은 리스크를 베네핏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신흥국 증시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 중심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이 17% 상승할 때 MSCI 신흥아시아 지수는 10% 올랐다. 세부 지역별로 보면 대만은 33%, 중국은 17%, 말레이시아는 16%, 인도는 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 연구원은 “상승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적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신흥국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선진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가 줄어서다. 반박이 나오기도 하지만, 올해 연말로 갈수록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낮출 예정이라 EM 아시아 국가들과의 금리 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베네핏을 볼 지역, 즉 트럼프 리스크 민감도가 낮은 지역으로 우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를 꼽았다. 트럼프 2기는 관세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큰데 두 나라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낮아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는 중국 2.4%였으며, 인도도 2.3%에 불과했다. 멕시코가 26.6%로 가장 높았고 우리나라도 중국과 인도의 3배 수준인 6.3%에 달한다.
우 연구원은 “인도와 중국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에서 견고한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관세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는 2차 관세 전쟁 여파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관점에서도 주목해야 할 지역이다.
과거 1차 관세전쟁으로 멕시코와 베트남이 공급망 흐름 재편의 이익을 봤는데, 이번엔 인도와 중국 차례라는 것이다. 중국은 온쇼어링(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현상) 정책이 강화되고 인도는 펀더멘탈과 대외관계가 안정적인 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선호도가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에 힘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점이다. 올해 중국은 정책 최우선 순위로 내수 확대를 선언하고 전례 없는 강도의 경기 부양 계획을 밝혔다. 현재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소비 심리의 회복을 위해 이구환신(낡은 가전제품이나 IT 기기를 교체하면 보조금 지급)의 예산을 증액하고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다면 인도도 가격적인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2차 무역전쟁 발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EM 이익 전망은 아직 낙관적인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MSCI EM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5.9%다. 과거 미중 무역전쟁 당시 마이너스(-) 8.2%였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 리스크 요인이 많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 연구원은 “EM 기업들의 실적 전망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