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해봤어요!”
“그런 놈이 여길 왜 다시 기어들어 와?”
지난해 말부터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퍼진 유머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거게임2’에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의 대사인 “나는 이 게임을 해봤어요”를 비튼 것으로, 한국 주식에 물려보고도 다시 투자에 나선 이들을 놀리는 용도로 쓰인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처참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하락률이 각각 9%, 20%가 넘었다. 원화 약세를 고려해 달러 환산 기준으로 따져보면 코스피지수는 20%, 코스닥지수는 30% 빠졌다.
하지만 새해 초 분위기는 다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6% 상승했다.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수익률 최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뛰었다.
특히 코스피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하고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미 연중 상승률로 따져보면 8.7%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의 이 같은 주가 흐름을 2019년 1분기 때와 비교했다. 당시에도 메모리 업황이 꺾이면서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았지만, 시장에서 오히려 저점 매수에 나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다만 “과거와 달리 투자 감축 노력만으로 삼성전자가 직면한 메모리 경쟁력 문제가 회복되지 않는 만큼, (고대역폭메모리) 품질 인증 통과와 1cnm 공정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안심하기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2019년 2분기에는 코스피지수는 물론 코스닥지수 모두 하락 전환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미국 시장은 물론 국내 증시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조선업종은 주가가 뛰었고, “신규 사업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풍력발전 관련 종목은 된서리를 맞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소셜미디어(SNS)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트위터(현 X)에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난하는 글을 쏟아내면서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급락했다. 연휴 이후 열렸던 국내 증시도 내림세였다.
이듬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를 10%에서 25%로 높이겠다고 트위터에 쓰면서, 어린이날 연휴 이후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의 앞 글자를 따 ‘트의 공포’라고 불렀다.
트럼프 당선인의 SNS 무대는 ‘트루스 소셜’로 옮겨졌다. 공교롭게도 앞 글자는 여전히 ‘트’고, 트의 공포도 반복될 수 있다. 한번 경험해 본 만큼 그의 트루스 소셜 계정 ‘@realDonaldTrump’를 팔로잉해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