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A씨는 최근 걷기에 빠져있다. 퇴근 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귀가한다. 대중교통을 탈 때보다 30분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A씨는 힘들지 않다. 걸을 때마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쌓이는 가상자산을 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운동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M2E(Move to Earn)가 뜨고 있다. M2E는 이용자가 걷거나 움직이는 등 운동을 하면 가상자산 등으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말한다. 지난해 열풍이었던 P2E(Play to Earn)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스테픈.

M2E 관련 앱으로는 스테픈(STEPN), 스니커즈(SNKRZ), 스웻코인(Swearcoin) 등이 있다. 스테픈과 스니커즈는 운동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이 필요하다.

호주 핀테크 업체 ‘파인드 사토시 랩’이 만든 M2E 서비스인 스테픈은 이용자의 운동량에 따라 가상자산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앱이다. 올 2월 국내에 출시됐다. 150만원~200만원 상당의 운동화 NFT를 구매한 후 GPS 신호가 잡히는 야외에서 운동을 하면 가상자산을 얻을 수 있다.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10분의 운동으로도 몇 만원을 벌 수 있다.

운동과 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이용자 수도 급등하는 추세다. 스테픈 공식 트위터에 따르면 글로벌 일일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10만 명에서 4월 기준 40만 명으로 한 달 만에 4배나 늘었다. 국내에서도 트위터나 네이버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스테픈으로 1시간에 5만원 벌었다’는 후기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스테픈 한국 공식 카페 회원 수도 1만4000명에 달한다.

M2E가 단순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에 그칠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M2E 시장에 진출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28일 네이버에 따르면 스프링캠프가 투자한 스타트업 프로그라운드가 연내 M2E 서비스인 ‘코인워크’를 출시한다. 스프링캠프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벤처캐피탈(VC)이다.

코인워크는 지난해 돌풍이 불었던 ‘운동화 리셀’의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인워크에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Z’, 한정판 상품 거래 플랫폼 ‘크림’ 등도 뛰어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인워크는 사업 모델은 스테픈과 비슷하지만 한정판 운동화의 희소성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앱 내에서 사용하는 NFT 운동화를 각각 한 개씩만 출시하고, 한정판 NFT 운동화를 구매할 수 있는 권한도 추첨을 통해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워크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M2E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수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참여가 늘어나면 거대한 시장으로 커나갈 동력을 얻게 된다.

다만,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할지라도 돌다리는 두드려 봐야 한다. 최근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스테픈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게임위는 스테픈 앱이 게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현행 게임법은 게임물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현금화 하는 것이 금지돼있다. 사행성 조장 때문이다. 스테픈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스토어에는 건강·피트니스 앱으로 분류돼있지만 국내 게임위에서는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등록돼있다. 스테픈의 게임성이 인정되면 국내에서는 스테픈을 통해 가상자산을 얻는 행위가 금지된다.

M2E 보상이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점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가상자산은 몇시간 만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갈만큼 등락 폭이 크다. 등락의 이유가 불명확할 때도 많다.